[음악 평]핑커스 주커만 내한 공연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7.04.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뷔 30년 맞은 핑커스 주커만 내한 공연
지난 3월 초 세계 무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페스티벌을 열었던 정경화씨의 이력에는 또 한 사람의 바이올리니스트 이름이 곧잘 붙어다닌다. 핑커스 주커만(49). 이스라엘 출신인 이 연주가는, 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정씨와 공동 우승을 차지하면서 연주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두 연주가의 인연이 올해 서울 무대에까지 이어진다. 정경화씨가 페스티벌을 열었던 바로 그 무대에서 역시 세계 무대 데뷔 30년을 맞은 주커만이 내한 공연을 갖는 것이다. 4월22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음문화재단(02-737-6866)이 주최하는 주커만의 공연은, 그가 독주자로서 한국에서 5년 만에 갖는 연주회이다.

이츠하크 펄먼·정경화와 더불어 지난 30년 동안 세계 정상의 대열에서 활동해온 주커만은, 무엇보다 거침없는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따뜻한 휴머니즘이 깃들어 있는 펄먼, 불 같은 열정을 느끼게 하는 정경화의 연주와 달리, 주커만의 연주는‘수월하다’‘우아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악기가 몸의 일부인 듯 난곡도 능란한 기교로 처리하고 감정의 과잉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월간 음악공연 예술지 <객석>은‘주커만의 연주는 섬세함과 유연성, 밝음과 우아한 음색을 덕목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에게서는 음악의 속내를 찾아 고통스럽게 헤매는 일그러진 표정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평했다.

주커만은 바이올린뿐 아니라 음악 경력을 여러 방면에서 쌓아온 연주가로도 유명하다. 유리 바슈메트와 더불어 비올라를 독주 악기로 격상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으며, 70년부터는 지휘자와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활동해 왔다. 바이올리니스트·비올리스트·지휘자·실내악 연주자로서 그 역할을 수시로 바꾸기도 하고, 한 연주회에서 1인3역을 동시에 해내기도 하는 전천후 연주가로서 다양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어느 역할에서도 최상급 연주를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주커만은 또 스스로 교육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재능 있는 젊은 연주가를 발굴해 육성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라면 텔레비전 출연도 꺼리지 않는다.

주커만이 발표한 음반은 92종에 이른다. 바이올린·비올라·실내악은 물론 지휘자로서 녹음한 음반이다. 이번 공연에서 주커만은 미국 출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마크 네이크루그와 함께 연주한다. 네이크루그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연주회와 레코딩을 통해 주커만과 호흡을 맞추어 왔다. 두 사람은 한국 공연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Eb장조 K481, 베토벤 소나타 제5번 F장조 작품24 <봄>, 프랑크 소나타 A장조 등을 연주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