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김영욱의 <춤이 있는 리사이틀>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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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씨 29일부터 <춤이 있는 리사이틀> 공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씨(47)가 <춤이 있는 리사이틀>이라는 이색적인 공연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무대에 처음 올라 언론과 관객으로부터 보기 드문 찬사를 받은 이 공연은, 올 3월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시카고·애틀랜타·볼티모어·워싱턴DC·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도시들을 돌아 서울과 부산 무대에 오른다.

음악이 무용의 예술성을 떠받치는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무용과 음악이라는 두 예술 장르가 동등한 자격으로 한 무대에서 어울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30여년 간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널리 알려온 김영욱씨가 연주를 담당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뉴욕시티발레단 수석 무용수 참여

<춤이 있는 리사이틀>은 김씨가 20여년 전부터 꿈꾸어온 공연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32년 작품 <듀오 콘체르토>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72년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작품을 보자 `‘음악을 위한 춤’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발란신은 당시 뉴욕시티발레단의 스트라빈스키 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듀오 콘체르토>를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안무했다.

김씨의 꿈이 현실화하는 데 협력한 이들은 프로듀서 제인 헤르멘과 뉴욕시티발레단의 예술감독 피터 마틴스이다. 마틴스는 새로운 작품을 원하는 김씨에게 발란신의 작품을 권하고, 탁월한 무용수 2명을 소개했다. 김씨와 호흡을 맞춰 무대에 서게 된 두 사람은 뉴욕시티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달시 키슬러와 니콜라이 후버. 이들과 더불어 <춤이 있는 리사이틀> 공연에 참여하는 연주자는 독주·반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웨덴 출신 피아니스트 스테판 셰어이다.
지난해 첫 리허설을 앞두고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했다는 김씨는 “막상 리허설에 들어갔을 때 음악가들이 느끼는 것을 무용수들이 몸 전체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용수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사실도 배웠다. “음악가들은 때때로 자유로운 방식대로 연주하지 않는다. 이번 연습 과정에서는 때에 따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김씨와 함께 공연하는 무용수 달시 키슬러는 “김영욱은 자기 연주만으로 무용수들과 자유자재로 템포를 맞출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연주가는 드물다”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김씨는 <춤이 있는 리사이틀>을 하면서 “객석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연주가와 무용수뿐 아니라 무대와 청중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연 직후에 가진 청중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연주가의 시도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김씨에게 그것은 `희열이었다. 연주가의 시도가 옳다고 관객이 받아들일 때가 연주가에게는 최고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를 가장 모차르트답게 연주하는 최고 연주자’라는 평을 듣는 김씨는, 음악·공연 예술지 <월간 객석>과의 인터뷰(95년 6월호)에서 “고국에서 연주할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듀오 콘체르토> <이탈리아 모음곡>, 모리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하바네라>를 연주한다. 6월29~30일 서울 호암아트홀, 7월1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공연 문의 02-747-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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