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선] 안트리오 연주회
  • 홍승찬 (음악 평론가) ()
  • 승인 199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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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내악단의 유일한 대안
8월 한 달은 전국이 온통 ‘세계를 빛낸 한국 음악인 대향연’으로 떠들썩했다. 이번 행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배출한 세계적인 연주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데다가, 광복 50주년이라는 특별한 시점에 이루어짐으로써 더욱 큰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저 연주자들은 잔뜩 불러들였는데 작곡가들이 보이지 않는다. 광복 50주년에 즈음한 창작 음악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연주된 이건용의 칸타타 <동방의 빛>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배출한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하기에도 빈 자리가 많다. 백혜선이 없고 김지연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정트리오를 제외하면 그 많은 연주자 가운데 실내악단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9월에 열리는 ‘서울 국제음악제 95’에는 ‘세계를 빛낸 한국 음악인 대향연’에 참가하지 못한 세계적인 한국 연주자들이 모습을 보일 모양이다.

예정된 모든 연주회에 관심이 가지만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안트리오 연주회이다. 이른바 세계적이라고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첼리스트·피아니스트는 많아도 세계 무대에 내놓을 만한 실내악단은 찾기 힘든 한국 처지에서 안트리오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찍이 조영창·조영방·조영미로 구성된 조트리오가 뮌헨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 있지만, 그들은 현재 앙상블보다는 독주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형편이다. 정트리오 역시 자주 모여 호흡을 맞추기에는 서로 너무나도 바쁘다. 콰르텟과 달리 트리오는 함께하는 시간보다 개인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지만, 같은 기량이라면 역시 서로의 호흡과 교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균형 면에서 본다면 구성원의 기교 수준이나 음악적 사고가 비슷한 것이 매우 유리하다.

안트리오를 구성하는 안 마리아·안 루시아는 쌍둥이이고 동생 안젤라는 그들보다 두 살 아래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며 호흡을 맞춰 왔고, 누가 특별히 튀거나 처지지 않는 탄탄한 기량과 풍부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89년, 91년에 한국에 와서 KBS교향악단·코리언심포니와 협연하고, 93년에는 따로 내한 연주회를 가지기도 했다. 안트리오는 이번에, 93년에 연주한 하이든의 C장조 XV:27을 이어 XV:25를 선택했으며, 지난번의 라벨에 이어 드뷔시의 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멘델스존 대신 드보르작의 <둠키>가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이들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콩쿠르를 석권하였는지, 그리고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어떤 찬사를 받았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보다는 연주를 직접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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