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민중 음악, 한무대 오르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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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사전검열제 폐지 기념 콘서트 ‘자유’/양 진영 가수 첫 합동 공연
90년 6월7일은 70년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새로운 장을 넘기는 날로 기록된다. 지난 수십 년간 대중 음악인들에게 채워졌던 사전 심의라는 ‘족쇄’가 풀리는 날인 것이다. 지난해 말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6개월간 입법 예고 절차를 거쳐, 음반 사전 심의 제도는 6월7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폐지된다.

대중 음악 가운데서도 음반 사전 심의에 가장 위축되었던 장르는 록이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음악의 기본 문법으로 하는 록은, 70년대 신중현씨에서부터 90년대 서태지와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사전심의 제도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 왔다. 사전 심의는 ‘불신감을 조장하는 내용’ ‘창법 저속’ ‘치졸’ ‘애상적’ 같은 반려 이유를 내세워 록뿐 아니라, 대중 음악 자체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압하는 장치로 작용해 왔다. 80년대에 태동한 민중 가요 음반들은 사전 심의라는 굴레 때문에 대부분 ‘비합법’이라는 딱지를 달 수밖에 없었다.

사전 심의의 굴레가 벗겨지는 날, 록과 민중가요권 대중 음악인들이 대규모 콘서트를 연다. 6월7~9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는 ‘음반 사전검열제 폐지 기념 콘서트’ ‘자유’(02-325-2847)는, 대중 음악인 스스로가 만드는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민기(작곡가)·임진모(팝 칼럼니스트)·강 헌(대중음악 평론가) 씨가 기획자문위원으로 참여할 뿐, 사흘간의 모든 공연을 무대에 서는 가수들이 개런티를 받지 않은 채 꾸민다.

이 콘서트가 대중 음악사에서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른바 제도권·민중권에 속해 활동하던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두 진영에서 몇몇 음악인이 상대방의 공연에 찬조 출연한 적은 있었으나, 록과 민중 가요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실질적인 한국판 우드스톡”

이러한 사실 때문에 대중 음악 평론가들은 이번 공연을 실질적인 ‘한국판 우드스톡’이라고 평가한다. 임진모씨는 “미국의 우드스톡은 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지향하던 가치를 응축하고 한 시대를 정리하면서 70년대를 연 행사였다. 록과 민중 음악이 결합하는 콘서트 ‘자유’는 80년대의 가치를 모으고 새로운 90년대를 연다는 점에서 우리의 진정한 우드스톡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공연을 이끄는 가수는, 90년대 초부터 <아! 대한민국> 같은 음반을 발표하면서 줄곧 사전 심의를 거부해 온 정태춘·박은옥씨. 이 공연에 참여하는 대중 음악인들은 다음과 같다. 6월7일(오후 7시) 윤도현 정태춘 박은옥 강산에 장사익 안치환 양희은, 6월8일(오후 5시) 천지인 삐삐밴드 꽃다지 정태춘 박은옥 노래를찾는사람들 신성우 시나위, 6월9일(오후 5시) 조국과청춘 한영애 크래쉬 조동진 넥스트 정태춘 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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