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가요]터프한 신데렐라 김현정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8.09.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정, 당당한 체격·자유 분방한 이미지로 팬 사로잡아
방송에 얼굴을 내민 지 두 달도 채 안되어 댄스곡 〈그녀와의 이별〉로 방송 3사 가요 프로그램의 정상을 석권한 가수 김현정(20). 이 패기 만만한 젊은 가수는 하루 평균 7∼8개에 달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한 달 동안 네 번이나 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올해 초에 발표된 〈그녀와의 이별〉은 당시 이 음반을 만든 제작자 사정으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냥 묻혀 버릴 뻔했다. 그렇지만 이 곡은 나이트클럽에서 계속 인기를 끌었고, 결국 김경남씨(레볼루션 넘버나인 대표)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김현정은 김씨에게 픽업되었고 그의 노래는 지난 5월 라디오 전파를 타기가 무섭게 ‘떴다’. 그는 6월 중순께 텔레비전에 처음 출연했지만 이미 PC통신을 통해 그의 팬클럽이 조직된 뒤여서 방송가 사람들도 놀랐다.

김현정을 무대로 이끈 것은 고교 2학년 때 들었던 헤비 메탈 그룹 ‘주다스 프리스트’ 음악이다. 헤비 메탈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 그는 직접 벌어 모은 돈으로 베이스 기타를 사서 연주 실력을 익히다가, 헤비 메탈 그룹 멤버로 무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그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7개 그룹을 전전하며 베이스 주자로 활동했다.

〈그녀와의 이별〉이 수록된 김현정의 1집 음반은 그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30만 장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그를 가요계 정상으로 밀어올린 김경남 대표는 걱정이 많다. 빨리 달아오른 쇠가 빨리 식는 법. ‘스타’가 아닌 ‘가수’로서 자기 음악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정이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중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그 중에서도 김현정의 독특한 시각적 캐릭터를 꼽았다. 김현정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귀여운 외모를 앞세우는 ‘걸(girl)’ 부류의 가수들과는 다르다. 173㎝의 큰 키와 ‘롱다리’, 수영 선수 같은 당당한 체격에다 헤비 메탈 그룹에서 다져진 자유 분방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로 ‘한 터프 하는’것이다. 그에게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더 많은 것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춤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춤추는 그의 모습에 시선이 몰리는 데에는 그같은 시각적 매력이 크게 한몫 한다.

김현정은 98년 대중 음악계에 새로 떠오른 별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 대중을 휘어잡을 만한 카리스마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댄스와 록 음악 사이의 애매한 중간 지점, 김현정은 바로 거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