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백석 전집> 새로 나왔다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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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재용 <백석 전집> 펴내…광복 이후 작품 32편 새로 발굴
백석이 돌아왔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백석 시인(1912~?)의 광복 이후 작품과 북한에서의 삶을 밝힌 <백석 전집>이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전집은 <북한 문학의 역사적 이해> 등을 펴낸 국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 김재용씨(37)가, 백석이 북한에서 발표한 동화시 12편, 시 13편, 평문 4편, 정론 3편, 그리고 광복 이전에 쓴 시 2편 등 모두 34편을 새로 발굴해 엮은 것이다.

김재용씨가 펴낸 <백석 전집>은 87년 이동순 교수(영남대·시인)가 엮은 <백석 전집>의 ‘증보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가려 있던 북한에서의 작품 활동과 행적을 새롭게 밝혀 학계는 물론 백석 시를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반가움을 안겨주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백석은 59년 북한 삼수군 관평리에 있는 국영조합으로 내려가 양치기 일을 하다가 62년 10월 북한 문화계 전반에 불어닥친 복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관되어 창작 활동을 중단했다.

김씨는 백석을 ‘재북 시인’이라고 규정한다. 백석은 42년 만주 안동 세관에서 일하다가 45년 광복과 더불어 신의주를 통해 고향인 평북 정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귀향한 백석은 47년 10월에 열린 문학예술총동맹 제4차 중앙위원회의 개편된 조직에서 외국문학분과에 올랐고, 그 해 러시아 작가 시모노프의 <낮과 밤>을 번역 출판했다. 56년에는 아동 문학에 관한 평문을 발표했고, 그 해 10월에는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듬해인 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펴내며 아동 문학의 진로를 놓고 본격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58년 자신이 발표한 <사회주의적 도덕에 대한 단상>에 대해 부르주아 잔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위축된 백석은 이듬해 삼수군 국영협동조합으로 내려가 양치기 일을 하면서 다시 시를 썼다. 김재용씨에 의하면, 백석은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 위에서 갈등했다. 그가 토속 언어, 음식과 풍속, 보통 사람의 삶을 시에 끌어들여 민속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힐 때, 그는 식민지 시대 혹은 물신 시대와 싸우던 근대인이었다.

광복 직후 남과 북 양쪽에 비판적이던 백석은 번역이라는 우회로를 택했으며 아동문학과 휴머니즘을 통해 북한 문학의 도식주의를 비판했다. 도식적인 공산주의 정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국영협동조합으로 내려간 그는 ‘둘레둘레 둘려놓인 공동 식탁 위에/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시<동식당>)에 드러난 것처럼 협동조합에서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김재용씨는 농촌 공동체에 대한 백석의 낙관주의는 “일제 시대 그의 시세계로부터 줄곧 이어진 것이지 결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여우난골족> <남신의주 유동 박씨 봉방> <흰 바람벽이 있어> 등 민속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빼어난 시편으로 한국 현대시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백석에 대한 연구가 이번에 전집이 발간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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