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영 사진집 <베트남 전후 20년>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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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문공부장관 윤주영씨 <베트남 전후 20년> 사진집 펴내
베트남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75년 4월30일 월맹군에 의해 사이공이 함락돼 전쟁은 끝났지만 고엽제 피해자로 대표되는 ’끝나지 않은 전쟁’은 어둡고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는 미래다’라는 경구가 다시 새삼스러워지는 때이다.

베트남 종전과 통일 20주년을 맞아 사진작가 윤주영씨(67·전 문공부장관)가 펴낸 사진집 <베트남-전후 20년>(타임스페이스)은 베트남의 오늘과, 한국인과 베트남 여인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라이 따이한’의 고난에 찬 역정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이 사진들은 4월30일까지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윤주영씨의 카메라는 프랑스·중국·미국과 싸워 승리한 베트남 민족의 저력, 즉 농촌 공동체 문화와 어머니들의 강인함에 다가간다. ‘빛의 원형질로 표현되는 흑백 사진’은 이어 ‘잊혀진 사람들’을 포착한다. 문가에 기대 20년째 소식이 없는 한국인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와 한국인 아버지 사진 아래 모인 가족들, 눈물 흘리는 아버지 없는 2세를 카메라는 ‘정면에서’ 잡는다.

그리움과 원한, 서러움과 증오가 뒤섞여 흐르는 눈물의 눈물샘 너머까지 우리는 보아야 한다고, 저 눈물은 우리 ‘따이한’이 닦아 주어야 한다고, 사진은 말하고 있다. 이때의 우리는 ‘남편이나 아버지라기보다는 휴머니즘을 가진 인간들’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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