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조선국립교향악단 서울 공연
  • 성우제 기자 (wootje@e-sisa.co.kr)
  • 승인 200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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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과 국악의 배합' 돋보여
북한을 대표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첫 번째 서울 나들이에서 몇 가지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었다. 네 번에 걸친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빼어난 앙상블. 10년 전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해 조선국립교향악단을 네 차례 지휘했고 이번에는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은 곽 승씨는, “그 앙상블은 김병화라는 지휘자와 30년을 함께 해온 데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어린이가 성장하는 것과 똑같은데, 조선교향악단은 ‘덜컥덜컥 부모를 바꾸지 않고 참 잘 컸다’는 것이다.

서양 고전과 낭만 음악에 두루 능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서울 연주에서 로시니 가극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등 서양 고전을 몇곡 연주했지만, 전체 프로그램을 창작곡 위주로 짰다.

관현악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그네 뛰는 처녀>, 바이올린 협주곡 <사향가> 등은 모두 전통 민요와 가요에 뿌리를 둔 창작곡. 순수 기악곡이라기보다는 대중이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대부분 단악장으로 구성된 곡들이다. “민초들이 소박하게 부르는 노래를 웅장한 오케스트라 곡으로 표현했다.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노래 같은 느낌을 주었다”라고 이화여대 황병기 교수는 말했다.

레퍼토리와 더불어, 조선국립교향악단 연주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양악과 국악의 배합’이다. 꽹과리·징과 같은 타악 연주자는 물론 개량 국악기 젓대(대금)·새납(태평소) 연주자 7명은 ‘객원’이 아니라 이 교향악단의 ‘정식’ 단원이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음색이 힘차고 거친 새납을 서양 악기와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음질로 바꾸어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KBS교향악단 플루트 주자 이지영씨는 “그 소리가 섞이니까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북한 연주가들과 협연한 남쪽 연주가들은 ‘만나자마자 금방 익숙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고 호흡도 잘 맞아 리허설할 때 말이 필요 없었다. 100%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노동은 교수(중앙대·음악학)의 말대로 ‘북한의 연주 실력이 탄탄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시킨 무대’였다는 큰 의의를 남겼다. 더불어 남북 음악가와 청중이 교감하는 문화 예술 교류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새삼 일깨운 공연이기도 했다. 북한 지휘자 김병화씨는 “하나가 되니 눈물 나도록 반갑다”라고 했고, 조수미씨는 “이같은 잔치 분위기의 연주회가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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