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광주 북구청사에 대형 벽화 설치
  • 나권일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6.09.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북구청, 홍성담 화백 벽화 <회복> 설치…빛고을 어제·오늘·내일 담아
 
앞으로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5·18광장’으로 명명된 금남로 전남도청 앞뿐만 아니라 전남대 뒤편 용봉동에 자리잡고 있는 광주광역시 북구청사를 꼭 들러보아야 할 것 같다. 최근 북구청은 권위적인 모습으로만 인식되어온 청사 3층 정면에 대형 벽화를 설치해 지방화 시대 ‘문화 자치’의 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9월5일, ’95 광주 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화가 홍성담씨(41)가 완성한 벽화는 가로 42m, 세로 2.4m 크기로 총 6백46장의 타일로 제작된 부조이다. 이 작품은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관청 외벽 벽화인데, 우리나라 전통 민화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광주의 옛 모습과 공동체 정신을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잊혀져 가는 광주항쟁 정신도 일깨워


<회복>이라고 이름지은 이 벽화는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진 빛고을 광주의 태봉산(광주역 부근)과 경양방죽(광주시청 부근)을 재현해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훼손되기 이전 광주의 본디 모습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아울러 모래시계와 80년 5월 도청 앞 차량 시위 사진을 새겨넣어 세월에 묻혀 잊혀 가는 광주항쟁 정신을 일깨우고, 농경 사회와 주민의 공동체적 삶,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표현하는 한편 첨단 도시 광주의 미래상을 함께 그려넣었다. 광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은 것이다.

벽화 <회복>은 북구청이 7천8백만원을 들여 홍성담씨에게 제작을 의뢰해 완성한 것이다. 이 작업에는 홍씨뿐만 아니라 조선대 공예과 서경석 교수, 그리고 시각매체연구소와 청도조형연구소 소속 미술인 등 광주 지역 젊은 화가 수십 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6개월간 작업한 끝에 완성했다.
제작 책임자 홍성담씨는 “민중의 정서에 가장 부합했던 회화 장르인 민화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광주의 모습을 담았다. 관청이 앞장서서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과 벽화라는 예술적 여백을 제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광주시 북구청의 벽화 제작은 청사내 시민 공원 조성과 병행해 이루어졌다. 지난 6월 청사의 담벽을 허물고, 앞마당을 주민들의 휴식 시설인 시민공원으로 만들면서 칙칙한 검은 벽돌로 치장된 단조로운 청사 외벽에 ‘藝鄕’에 걸맞는 벽화를 그려넣어 친근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김태홍 북구청장은 “담벽을 허물고 청사에 벽화를 그린 것은 관청이 가진 권위적 이미지를 없애고 주민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열린 관청을 지향하려는 것이다. 홍성담씨의 벽화 <회복>이 세월이 갈수록 예향의 도시 광주에 걸맞는 예술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 날 벽화 완공과 함께 북구청 공원 광장에서는 다채로운 구민 행사가 벌어졌다. 풍물 열림굿 및 지신밟기, 상생해원굿, 놀이패 ‘신명’의 마당굿과 판소리가 어우러진 행사에는 시민 천여 명이 참석했다. 네살배기 아들의 손을 잡고 행사를 지켜본 시민 김성식씨(42·광주시 북구 중흥동)는 “관청이 지방 자치 시대에 걸맞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어 기쁘다. 관에 대한 거리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라며 즐거워했다.

화가 홍성담씨는 앞으로 고층 건물 외벽과 흉물스럽게 방치된 담벽 따위를 친근한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할 작정이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는 문화 자치를 실천하려는 젊은 예술인들의 노력을 통해 예향에 걸맞는 도시로 바뀌어 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