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타악기 두들림 2> 음반 발표한 최소리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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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리씨, 음반 <타악기 두들림 2> <5월의 꽃> 발표…북·돌 쳐서 작사·작곡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최소리씨(31)는 ‘잘 나가는’ 밴드의 유명 드러머였다. 록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다가 사라졌던 그가, 지난해 새 음반을 한 장 들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악기 두들림 솔로 1>이라는 제목의 음반에는, 지리산에 들어가 북·돌·나무 들을 두드리면서 다듬어 온 소리 세계가 담겨 있다.

최근 최씨는 세상으로 나온 지 1년 만에 앨범 2장을 동시에 발표했다. 한 장은 1집의 연장선에 있는 <타악기 두들림 2>이고, 다른 한 장은 <5월의 꽃>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두 장 모두 산에서 ‘두드리기’를 하면서 작사·작곡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5월의 꽃>은 광주항쟁 ‘씻김굿’

<5월의 꽃>에는 광주항쟁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소리들이 담겨 있다. 최씨의 타악기와 대금·아쟁·기타,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려 절절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15분 가까이 진행되는 <5·18… 그리고…>라는 곡에서는 5·18 당시의 시위 현장 소리를 배경으로 최씨의 북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어울려 5·18의 분노와 한을 절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두드리는 ‘연주’를 열한 살 때부터 해왔으니, 젊은 나이인데도 그의 음악 이력은 20년이 넘었다.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타악기 두들림 2>에는 20년 동안 쌓아 온 노하우가 스며 있다. 최씨는 자기 표현에 걸맞는 북을 주문 제작했다. 전통 북을 변형해 만든 ‘최소리의 북’은 깊은 울림을 가졌지만, 그의 주법은 북의 기능을 더욱 확장했다. 북을 칠 때 최씨는 가죽과 나무, 그 둘을 잇는 가죽 끈까지 모두 두드린다. 그의 손에 많게는 북채 8개가 한꺼번에 쥐어지기도 한다.

<열림> <꽃길> <환상> <번민> 등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타악기 두들림 2>에서, 최씨는 역시 대금·아쟁·기타, 사람의 목소리와 더불어 각 주제들을 타악으로 표현했다. 그 소리들은 즉흥성이 강하다. 프로듀서를 직접 맡은 최씨가 녹음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연주자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에서는 아쟁·대금이 타악과 협연하는 실험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그 어울림은 자연스럽게 들린다. 최씨의 북소리가 완급을 조절해 가며 다른 소리들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북소리가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힘을 북돋아주듯 타악기만큼 메시지가 강한 악기도 드물다”라고 최씨는 말했다. 자기 감정과 정서를 타악으로 표현하는 데 몰두해 온 그는, 요즘 북채로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물과 종이를 두드려 내는 소리에 심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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