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남북이 함께 만들고 있는 월간지 <민족 21> 창간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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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기관지 평양 특파원의 평양발 기사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장기수후원회원이 북녘에 띄우는 편지가 함께 실리는 월간지. 7천만 겨레의 마음을 잇는 '언론 경의선'이 개통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 남북 언론인이 만들고 남북 독자가 보는 월간 <민족21>(발행·편집인 강만길)이 창간된 것이다.

사진설명 통일 위해 : <민족21>은 '화해의 시대에는 화해의 언론을 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되었다.

'화해의 시대는 화해의 언론을 요구한다'는 기치를 내건 <민족21> 창간은 본격적인 남북 언론 교류 시대를 열어젖뜨린 '경의선'이 분명하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언론인들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정치·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 닦아놓은 '경의선 열차'에 무임 승차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서울의 일부 주류 언론은 아직도 냉전 시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21> 창간이 지니는 의미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21>은 창간사에서 '오랜 세월 남한 사회에 퍼져 있던 민족 허무주의를 깨고 남북한 화해 시대의 돌파구를 여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민족21>은 통일 문제를 화두로 삼아 온 진보적 언론인·학자·사회운동가 들이 창간 산파역을 맡았고, '386 기업인'들의 종자돈과 통일운동가이자 한학자였던 고 임창순 선생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청명문화재단의 후원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민족21>은 북한의 권위 있는 통일 문제 전문 계간지 <민족대단결>과 기사를 교류하기로 하고, <조선신보> 평양지국으로부터 현지 기사를 받기로 했다. 평양에서 요청이 있으면 서울에서 취재한 기사를 보내고, 서울에서 북한 지식인들에게 직접 원고를 청탁할 예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잡지는 서울에 배포되는 동시에 매달 평양으로 보내진다.

화해의 시대를 이끌 통일 전문지답게 창간호 지면은 통일과 민족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표지에는 김일성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대동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실렸다. 북한 여대생의 맑고 청순한 이미지가 이 매체의 지향점을 시사한다. 창간호 머리 기사는 평양 취재 경력 10년인 <조선신보> 평양특파원의 특별 기고. '총련 386 세대'라고 불리는 김지영 기자가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평양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민족21> 편집장 신준영씨의 방북 취재기와, 우키시마 사건의 진실이 창간 기념 3대 특별 기획으로 꾸며졌다.


타이베이 길거리에서 생계를 위해 시계를 파는 샤오 앞에 나타난 젊은 여자 시앙. 그녀는 파리에 가야 한다며 샤오가 차고 있는 시계를 막무가내로 사겠다고 버틴다. 마지못해 시계를 내준 샤오. 그러나 이후 샤오는 눈에 띄는 모든 시계를 그녀가 가버린 파리의 시간으로 맞추어 놓는다. 이를 알 리 없는 그녀는 파리의 거리를 무심히 배회하고.


1백1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챠이밍량이 제시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무척이나 간단해 보인다. 러브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막연한 샤오와 시앙의 인연, 그것에 겹치는 샤오의 부모 이야기. 떠나간 사람의 시간으로 고정된 샤오의 시간은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영화의 마지막, 파리의 회전전망대처럼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시간은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다. 자리를 움직이지 않는 시선 속에 은근한 유머와 사소한 일상의 비밀을 여백처럼 숨겨 놓는 챠이밍량. 그러나 그 여백에서 묻어나는 상실과 소외의 공기는 그가 왕가위의 전매 특허인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과 기억의 문제를 다룰 때에도 여전히 챠이밍량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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