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 마음의 비밀〉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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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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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
〈내 마음의 비밀〉

형과 함께 이모 집에 맡겨진 소년 하비는, 성장 영화의 다른 소년들처럼 호기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하다. 그는 왜 큰 이모가 항상 술을 마시고 작은 이모는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는지, 또 할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와 삼촌을 험악하게 노려보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버려진 빈 집에 한 남자가 돌아오자 술을 마시던 이모는 활력을 되찾는다.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합작. 연출 몽소 아르멘다리스. 4월14일 개봉.


샘 레이미 감독의 공포 영화
〈기프트〉

〈이블 데드〉 시리즈로 영적인 세계에 대한 공포감을 잘 드러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신작. 미국 조지아 주의 작은 마을 브릭스는 덥고 음습한 날씨 탓인지 불안과 광기가 흐른다. 그곳의 영매 애니(케이트 블란쳇)는 영적 투시력으로 마을에 곧 재앙이 닥칠 것임을 알게 된다. 곧이어 아름답고 돈 많은 교장의 약혼녀 제시카가 실종된다. 애니는 제시카의 시체가 묻힌 곳으로 수사진을 안내해 사건을 해결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아내를 구타하는 성질 사나운 남자로 출연한다. 희뿌연 회색, 서울의 하늘은 탁하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혜나(김혜나)의 얼굴은 찌뿌둥하다. 힙합 복장, 주홍빛 머리, 코와 귀를 뚫은 장신구(피어싱), 그녀의 겉모습에는 반항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빛이 슬퍼 보이는 10대 소녀 혜나. 그녀는 숨막히는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화장실에서 유산을 하고 엄마를 찾기 위해 남해행 버스를 탄 혜나는 우연히 30대 중반 여자 옥남(서주희)과 만난다. 옥남은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려고 몸을 팔았다가 남편에게 들켜서 혼자 여행하고 있다.


그런데 혜나와 옥주가 탄 버스는 남해로 가지 않고 그들을 도대체 어디인지 모를 눈밭에 팽개치고 떠나버린다. 남겨진 두 사람은 눈길을 헤매는 뮤지컬 가수 유진(임유진)을 발견하고 살려낸다. 유진은 설암에 걸려서 더 노래를 할 수 없자 자살을 결심한 상태였다.


세 여자는 모든 슬픔을 잊게 해준다는 꽃섬에 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소풍을 가듯, 모험을 즐기듯 꽃섬으로 여행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꽃섬으로 가는 작은 배 안. 시퍼렇고 차가운 파도와 하염없이 휘날리는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정은 비장하다. 꽃섬에 도착한 혜나·옥남·유진. 과연 그들에게 꽃섬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파라다이스일까?


김영진 ★ 5개 중 3½

21세기판〈삼포 가는 길〉




〈간과 감자〉, 〈소풍〉이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송일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 〈꽃섬〉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상처를 안은 세 여자가 꽃섬까지 함께 여행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줄거리는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졌지만 실제 영화는 전혀 도식적이지 않았다. 상투적인 예술 영화라는 틀에서 이 영화 〈꽃섬〉은 얼마간 벗어나 있다.


21세기판 〈삼포 가는 길〉이라 부를 만한 이 영화에서 송일곤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가 지니고 있는 날렵함을 이용해 꽤 인상적인 이미지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자의식 과잉의 예술 영화에 갇히지 않는 나름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꽃섬〉이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세 여자의 내부에서, 그리고 그들 관계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스며드는 모성의 발현이다. 영화 초반 장면에 10대 소녀 혜나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스스로 낙태했다. 어머니 되기를 거부하는 그녀는 남쪽 어딘가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녀의 여정에 금전적인 이유로 몸을 팔다 남편에게 거부당한 옥남이 동행하고, 다시 두 사람의 여정에 설암에 걸린 뮤지컬 배우 유진이 동행한다. 세대와 신분이 다른 이 세 여성이 도달하는 곳은 꽃섬, 편안한 모성적 기운으로 가득 찬 이상향이다.


1970년대의 〈삼포 가는 길〉, 1980년대의 〈고래 사냥〉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유토피아를 그리는 로드 무비는 훨씬 더 설화적인 구성으로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을 화면에 새기면서 전개된다. 우리는 이 영화 속 세 여성이 어떤 이유로 끝간 데 없는 절망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서히 그들 사이에서 나누게 되는, 모성으로 치유하는 방식에는 얼마간 공감하게 된다.


대결하고 투쟁하고 지배와 피지배로 점철된 세상의 질서에서 그녀들은 화해하고 감싸안는 여성적 기운으로 자신들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들 내부의 망명 정부, 곧 꽃섬이다.


감독은 매우 선명한 예술가의 자의식을 깔고(그것은 사실 이 시대에 거슬리는 미덕이기는 하지만) 이 상처와 구원의 동화를 진중하게 밀고 나간다. 잉그마르 베리만이 영화를 통한 구원의 서사를 보여준 시절에서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지나왔다. 하지만 이 영화 〈꽃섬〉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너나없이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자기만의 성에 갇혀 있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다시 영화를 통한 치유를 자청하고 나선다.


심영섭 ★ 5개 중 3½

허공 맴도는 공허한 관념




〈꽃섬〉의 어떤 장면들은 잊기 힘든 잔상을 남긴다. 바다로 가고 싶어하는 여자들을 태운 버스가 하얀 눈이 쌓인 산에 고립되는 장면, 유산한 소녀의 등에서 날개가 나타나는 장면, 바닷가에서 여자들이 불꽃놀이를 벌이며 즐거워하는 장면은 강렬한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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