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 음반 시장 복마전 "그건 너 때문이야"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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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음반사·도소매상 '난타전'




지금 동네 레코드점 주인들은 유리창 닦을 힘도 없다."(소매업자) "유통업자가 원흉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마녀 사냥이다. 오히려 도매상은 음반사의 밥이다."(기획자) "우리가 만든 음반을 직접 고객에게 팔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음반사)


'문화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마련한 '대중음악 개혁 정책 포럼'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5월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차 포럼에서는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음반사, 복마전과 다를 바 없는 유통 시장, 40%에 이르는 부가세율, 대표성 없는 유통 전문 업체' 등 그동안 음반 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흉'으로 지적되어온 문제를 놓고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정부 지원 유통 업체, 존재 이유 의심 받아


우선 인디 음반 기획자인 정희균씨는, 본인이 음반 제작자이면서도 사태의 책임을 유통업자보다는 음반사에 돌렸다. 유통 시장이 복마전과 같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원인을 따져 올라가면 음반사의 횡포에서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음반 도매상은 음반사의 밥'이라고 잘라 말했다. 메이저 음반사가 히트 가수의 음반일 경우 대금을 먼저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반품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도매상이 음반사로부터 받는 불이익을 그대로 소매상에 전가함으로써 동네 레코드점을 더욱 압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은 KRCnet : 대중음악 개혁 정책 포럼 토론자로 나선 신현준(대중음악 평론가), 김종덕(KRCnet 대표), 정희균(인디 음반 기획자·왼쪽부터)씨.


이 날 핵심 쟁점은 KRCnet (Korea Record Center Network)의 현황과 정통성 여부였다. 최근 대중 음악 관련 논의는 유통을 투명하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정부가 유통망 정비에 저리 자금을 지원해 유통 전문 업체인 KRCnet을 출범시킨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닻을 올린 KRCnet는 출발부터 기우뚱했다. 음반 제작사가 아닌 도매상이 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거대 도매상이 불참해 존재 가치를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대중 음악 평론가 신현준씨는, KRCnet가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공적인 성격을 띤다고 전제하고 몇 가지 보완책을 제안했다. 우선 KRCnet가 불참 도매상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과당 경쟁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며, 자격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KRCnet 김종덕 대표는 "음반사와 메이저 도매상의 참여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나라·도레미 레코드와 같은 거대 도매상에 참여를 권유했으나 지분을 80%, 심지어 100%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레미 레코드 황인서 이사는 "판을 잘 팔아준다면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먼저 효율성을 입증해 보이라"고 맞섰다.


40%에 이르는 부가세율도 논란거리였다.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김호기 과장은, 면세 요구에 대해 책이라면 몰라도 음반에 부가세를 면세하는 예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표가 투명해지면 표준소득률을 낮게 적용하는 것이 관례라며, 무자료 거래 관행 등 유통을 투명하게 만든 뒤 방법을 찾으라고 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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