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2001 호러전〉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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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들여다본 '엽기 문화'의 정체




'엽기(獵奇)'가 유행하고 있다. 음란물과 더불어 인터넷 인기 검색 순위 1·2위를 다투고, 일상에서는 별로 엽기적이지도 않은 일에도 '엽기'라는 낱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기괴한 일이나 물건에 호기심을 가지고 즐겨 찾아다니는 것'. 구체적으로는 공포·남색·살인·고문·감금 따위를 지칭한다. 하지만 요즘, 그 의미가 확장되어 단순히 재미나 우스꽝스러움, 촌스러움이나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도 엽기라는 말이 붙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엽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엽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모로갤러리(02-2278-8388)가 그 답을 찾겠다고 나섰다. 김성래·박신혜·신제남·최태훈 등 젊은 작가 23명의 작품을 한데 모아 '엽기 중의 엽기' 또는 '진짜 엽기'라 할 수 있는 공포를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작품들은 회화·사진·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다. 몸 바깥으로 튀어나온 내장을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 여성의 벗은 몸 위에 날카롭게 묘사한 낚싯바늘 그림, 붉고 칙칙한 색조로 촬영한 도살장 사진 등 작품들은 한결같이 섬뜩하며 으스스한 공포감을 유발한다. 물론 단순한 겁주기가 이 전시회의 목적은 아니다. '내면에 잠재된 공포,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를 간접 체험하게 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성찰한다'는 것이 이번 기획이 표방한 근본 취지이다. 공포를 중심으로 한 '엽기 여행' 기간은 6월14일∼7월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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