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타인의 취향〉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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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감정 담긴 중년 남자의 사랑 고백




사랑이 현대인의 신앙이 되었다는 진단은 연애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과 통한다. 영화 〈타인의 취향〉은 연애와 섹스와 결혼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년을 위한 영화다. 환상을 부추기는 달콤한 멜로 드라마는 아니지만 감정의 미묘함을 감칠맛 나게 담아낸다.


주인공 가스텔라(장 피에르 바크리)는 '배둘레 햄' 때문에 아내에게 구박받고 엘리트 부하 직원으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일상에 진력이 난 중소기업 사장이다. 고상한 취미나 교양과 거리가 먼 그는 조카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중년의 연극 배우 클라라에게 매료된다. 마침 그녀는 부하 직원이 소개해준 영어 교사였다. 그는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지만 주위 사람으로부터 비웃음을 산다.


클라라(안느 알바로)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지만 나이가 마흔이 되도록 집세 걱정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쓸쓸하다. 그녀는 카스텔라의 구애에 당황하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은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태도를 변주한다. 남자와의 잠자리를 가볍게 여기는 클라라의 친구 마니(아네스 자우이)는 속으로는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카스텔라의 아내 앙젤리크는,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들을 이끌려는 고집을 예쁜 꽃과 애완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덧칠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영화가 택한 유쾌한 반전의 최대 희생자다.


2001년 프랑스 세자르 상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연출 아네스 자우이.


한국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1주일이면 재미없는 영화라는 사실이 관객들에게 알려질 것이다’라는 핀잔을 들었던 <스파이더맨>이 예상을 뒤엎고 2주째 흥행 수위를 지키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관객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워낙 상영관 수가 많아 당분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으로…>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개봉 5주째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기색이다. 주연인 김을분 할머니와 유승호군이 대종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관객 수는 많이 줄었다.


지난 주말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신예 조의석 감독의 <일단 뛰어>가 노장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 ‘감동’ 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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