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책 없는 도서관, 책잡힌 한국 대학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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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시설·인력 부족 '3중고'…
평균 도서구입비는 미국 대학 10분의 1


대학 도서관은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지식 정보를 수집·공급하고 보존·유통시키는 정보 센터이다. 그래서 도서관 컨텐츠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도정일 교수(경희대)는 "도서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대학은 대학일 수 없다"라고까지 말한다. 그의 이같은 기준을 국내 대학 도서관 현실에 적용하면 과연 살아 남을 대학이 몇이나 될까.




한국의 대학 도서관들은 컨텐츠 빈곤·시설 부족·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예산 부족이 주된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대학 경영자들의 낮은 인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책은 컨텐츠의 핵심이다. 그러나 좀 심하게 말하자면, 국내의 대학 도서관에는 책이 없다. 현재 100 개가 넘는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장서 수 100만권 이상인 대학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8개 대학에 불과하다.


도서관 장서를 각 대학 학생 수로 나눈 '재학생 1명당 보유 장서' 현황을 살펴보아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대학연구소(소장 박거영)가 지난 4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24개 국립 대학 재학생의 1인당 보유 장서는 40권 안팎이었다. 1인당 보유 장서가 100권 이상 되는 대학은 여수대와 교원대 두 곳뿐이었으며, 서울대조차 100권을 넘지 못했다.


미국 유수 대학 도서관들의 연간 컨텐츠 구입비는 우리 돈으로 2백억원이 넘는다. 반면 국내 4년제 대학 도서관들의 평균 도서 구입비는 미국 대학의 10분의 1 수준을 밑돈다.


인력 문제 또한 심각하다. 국공립도서관협의회 김상태 사무국장(경상대 도서관)의 설명에 따르면, 1992년을 정점으로 국공립대 도서관 운영 인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1992년 18개 대학 조사 결과 도서관 근무 인력은 평균 4백45명이다. 그런데 현재는 평균 3백79명이다.
비용 아끼려 대학끼리 컨소시엄 맺기도


책값 상승·저작권법 강화 등 도서관 업무를 둘러싼 환경 변화도 대학 도서관을 궁지로 몰고 있다. 특히 한층 강화된 저작권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안 되었던 컨텐츠 복제(복사) 유통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최근 대학 도서관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도서관 디지털화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대학은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등 서울 신촌 지역 4개 대학 간의 학술지 교류가 좋은 본보기이다.


이들 대학이 외국 학술지를 분담 구입해 공동 이용하기로 협정을 맺은 때는 1998년 6월이다. 당시 IMF 여파로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학술지 구입 비용이 덩달아 오르자 각 대학 담당자들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 결과다. 이들 대학의 교수·직원·학생 들은 신분증이나 학생증만 있으면, 언제든 다른 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대학들의 자료 공유는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립대도서관협의회 배철호 사무국장(울산대)은 "경기·부산·대구 지역에서도 대학들이 서로 컨소시엄을 맺어 자료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자료 공유는 지역을 단위로 더 폭넓게 확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특히 대학 도서관은 지식 공급처일 뿐 아니라 문화 축적의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은 '이는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재 대학 교육 자체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교육이 아닐 뿐만 아니라, 대학 경영자들이 그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도서관 붕괴는 곧 대학 자체의 경쟁력 붕괴를 넘어서서, 문화 붕괴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사회 전체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월드컵으로 관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썰렁한 극장에 <해적, 디스코왕 되다>가 흥행왕에 등극했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서울 주말 관객 수는 8만 1천2백 명으로, 지난주에 <묻지마 패밀리>가 4만9백34명으로 1위에 오른 것에 비하면 다소 개선되었다. 그러나 2위 이하 영화의 관객 수는 전부 3만명 미만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수위였던 <묻지마 패밀리>가 2위를 지킨 가운데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권토중래한 <취화선>이 3위를 차지했다. 외화가 4위부터 7위까지 중간 허리띠를 이루고 있다. <머더 바이 넘버> <스파이더맨> <소림축구> <하이 크라임> 순이다.
한국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와 <집으로...>는 각각 8위와 9위를 차지했다. <집으로...>의 관객 수가 드디어 4백만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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