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재즈’ 영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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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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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하바나>, 뮤지션의 망명 과정 그려…이민자 앤디 가르시아 ‘주연’
쿠바 음악의 인기가 날로 높아가는 가운데 쿠바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한 편이 오는 2월22일 개봉된다. 아프로 쿠반 재즈 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의 실화를 다룬 영화 <리빙 하바나>가 그것이다. 이 영화는 여러 측면에서 지난해 개봉됐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과 대조를 이룬다. 일단 <부에나비스타…>가 쿠바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리빙 하바나>는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영화 <부에나비스타…>에서는 이질적인 체제라는 것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타임 캡슐처럼 소박하게 남아 있는 아바나의 풍경과 노익장들의 낙천적인 인생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인해 부에나비스타 멤버들이 처음에 음악적 터전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 이들은 카스트로가 추구한 문화 수호 정책의 수혜자가 되기도 했다.



<리빙 하바나>의 주인공 아르투로 산도발 또한 이러한 정책의 수혜자였다. 그런데도 낙천적인 기질의 부에나비스타 멤버들과 달리 적극적인 성향인 그는 좀더 폭넓은 예술적 자유를 위해 망명을 선택했다. 영화는 그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가 때늦은 흑백의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b.쿠바 출신 망명자들, 영화 제작에 적극 참여



쿠바 출신 망명자들이 적극적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 또한 <리빙 하바나>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아르투로 산도발이 직접 영화 음악을 담당한 것을 비롯해,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앤디 가르시아는 다섯 살 때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이다. 조역으로 출연한 글로리아 에스테판 또한 쿠바 출신 팝 가수. 이 영화는 2001년 ALMA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미국 촬영감독협회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리빙 하바나>에서 최고의 묘미는 역시 스크린 전반에 넘쳐 흐르는 아프로 쿠반 재즈이다. 간간이 삽입된 아바나의 아름다운 풍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강조해야만 했던 줄거리의 한계는 사정을 알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4년 전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 산도발은 공산당원이었다는 전력으로 인해 몇 차례나 미국 망명이 좌절되었다. 이 때문에 재즈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가 주도해 그의 시민권을 찾아주자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었다. 사정이 이럴진대, 하물며 쿠바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고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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