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독일인 의사...><그리스 로마 신화>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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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이 땅에 무슨 일이…

이땅이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구한말, 독일 출신 한 의사가 제물포(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1901년 11월의 일이다. 32세이던 그는 조선 땅을 밟자마자 고향의 부모와 애인에게 편지를 써보냈으며, 일기도 거의 거르지 않았다. 그의 편지·일기 쓰기는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4월까지 계속되었다. 그 주인공은 고종 황제의 시의(侍醫)였던 리하르트 분쉬 박사이다.

황제의 시의였던 까닭에 분쉬 박사는 당시 한국 정부와 열강, 열강과 열강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일기와 편지에 차곡차곡 기록했다.

그의 기록은 정치·외교 문제뿐 아니라 구한말 서민들의 삶, 보건 의료 실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생활 들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한국 사람은 워낙 돈을 내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받을 엄두도 못냅니다. 한국 사람들은 돈이 있을 때가 없고, 저는 의술을 사랑하니 건실하게 무료로 봉사하면서 수술하는 법을 잊지 않으려고 연습하고 있는 셈입니다.’

1902년 5월28일에 독일로 써보낸 이같은 편지는, 당시 서민들이 처한 궁핍한 상황과 외국인 의사와 그들의 관계 들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분쉬 박사는 11년 3월 중국 칭다오에서 장티푸스로 사망했으며, 그의 기록은 71년 분쉬 박사의 딸이 발굴해 76년 독일에서 출판했다. 그림과 지도로 보는 ‘신화의 세계’

성경이 인류 최고 최대의 베스트 셀러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바로 그 뒤에 놓이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한국에만 해도 토머스 볼핀치의 저술을 비롯해 그리스 로마 신화가 60여 종이 나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존 책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먼저, 읽기보다 보기를 강조한 형식이 새롭다. ‘발견 총서’를 발간하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발견 다음(Cadet) 총서’로 내놓은 문고본으로, 발견 총서 못지 않게 다양한 그림과 지도 들로 채워져 있다.

다음은 신화에 대한 ‘새로운 읽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민족의 신화를 알려면 그 민족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알베르 카뮈는 신화가 상상력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는 역사이다. 이 책이 새롭다는 것은 역사와 신화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그리스 역사의 변천과 다양한 제도·문물을 집중 소개했으며, 그 뒤를 이어 역사와 신화의 관계가 기술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그려진 각종 그림들은 신화가 상상의 얘깃거리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고대인들의 삶 구석구석에 배어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직접 확인하게 해준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르네상스 이후 예술의 각 장르에 끼친 영향을 따져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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