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 마사유키 감독 <쉘 위 댄스>
  • 魯順同 기자 ()
  • 승인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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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일상의 권태 깨우는 춤의 세계
중년은 허하다. 서있는 자리가 허술하다면 당연할 터이나, 튼실해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회사하고 집밖에 모르는 남자, 그 덕에 직장에서 인정받고 가정도 화목한 쇼헤이(야쿠쇼 고지)는, 본인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일상이 권태롭다. 통근 전철을 타고 가던 그의 눈에 먼 곳을 응시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온다. 여인이 서 있는 곳은 전철역 앞의 댄스 교습소 창가. 그는,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싣듯 교습소 안으로 들어선다.

영화 <쉘 위 댄스>는, 성실한 중년 남자가 사교 춤에 빠지는 과정을 재미나게 따라간다. 처음에는 여인을 보느라 교습소를 드나들지만 그는 점차 춤 자체에 빠져든다. 전철을 기다리면서도 스텝을 밟고, 심지어 달밤에 강변에 나가 홀로 춤을 춘다. <쉘 위 댄스>의 대중적인 흡인력은, 다른 춤 영화와 달리 2개의 축을 따라가는 데서 비롯된다. 교습소에 모여든 보통 사람과, 정상을 앞에 두고 좌절해 불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프로 댄서 마이(구사카리 다미요)가 두 축이다. 그들은 서로 배운다. 학생은 선생으로부터 춤을 배우고, 선생은 그들로부터 자신이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춤의 즐거움을 배운다.

1996년 일본에서 개봉된 이 작품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대중의 정서에 호소했다는 평을 들었다. 미국에서도 일본 영화로는 드물게 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려 흡인력을 인정받았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내 영화는 입에 단,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다”라면서 대중 감독다운 태도를 과시했다. 그는 성인을 위한 핑크 무비 <변태가족 형의 신부>로 첫 메가폰을 잡았다. <쉘 위 댄스>는 그의 네 번째 작품. 일본의 영화 전문지 <키네마 준보>와 평론가가 뽑은 그 해 영화 베스트 1위에 꼽혔으며, 다음해 일본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공식 부문을 모두 휩쓸었다.

사회가 닮은꼴이어서인지 국내 관객의 반응도 비슷한 듯하다. 삼삼오오 시사회장을 찾은 중년 관객들은 쉴 새 없이 웃음을 흘렸다. 중년 남자의 외로움뿐 아니라, 활기에 찬 남편을 보며 묘한 배신감을 느끼는 아내의 심정이 섬세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함께 나눌지언정 설레는 마음을 나누기는 어색한 동양적인 부부 관계가 낯설지 않다. 회사 인간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유능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애환은, 사람들 몰래 5년 동안이나 춤을 배워 라틴 댄스의 달인이 된 쇼헤이의 직장 동료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우나기>에서 아내를 죽인 뒤 뱀장어를 키우는 남자로 낯이 익은 야쿠쇼 고지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인 듯 중후하면서도 소박한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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