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평-김영진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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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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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tal Transfer
‘무의식’과 ‘논리’
조화시킨 판타지-김영진



정신분석 의사에게 상담을 청하기 위해 누워 있는 환자는 일종의 무대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환자는 몽상과 강박증 증세를 이야기하고 의사는 그것을 듣는다. 의사는 환자의 무의식에 슬쩍 들어갔다가 빠져 나온다. 그 체험, 타인의 무의식에 빠져 들어가는 체험이 아마도 ‘모탈 트랜스퍼(mortal transper)’일 것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만든 장 자크 베넥스의 <모탈 트랜스퍼>에는 여전히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거세공포증을 불러오는 남성 욕망의 어두운 그늘에 대한 어둡고 매혹적인 보고서다.



<모탈 트랜스퍼>의 주인공인 정신분석의 미셸은 황당한 상황에 빠진다. 그는 남편에게 얻어맞으며 성적 만족을 얻는 미모의 여성 환자 올가의 사연을 듣는다. 어느 날 올가와 상담하던 그는 잠시 잠에 빠져 꿈에서 누군가가 올가의 목을 조르는 광경을 본다. 잠에서 깨어난 그의 곁에서 올가는 실제로 목이 졸린 채 죽어 있다.



미셸은 혹시 자신이 가최면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엿듣는 관객이었던 그는 이제 자신이 꾼 꿈의 무의식의 복판에서 현실의 일을 해명해야 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무의식적인 꿈의 세계와 논리적인 추리 영화의 플롯을 조화시키면서 이 영화는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이 자기 정체를 밝히는 히치콕 식의 플롯을 차용했다. 거기서 알지 못했던 진실이 밝혀진다. 올가에게 욕망을 느꼈던 이는 미셸뿐만이 아니다. 주변 사람 대다수가 그랬다. 모두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욕망을 이루지 못해 앓고 있는 환자였던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진실일지 모르지만 <모탈 트랜스퍼>는 그 당연한 진실을 황홀한 꿈의 세계에 얹어 보여준다. 여성의 성기가 드러난 쿠르베의 그림을 포착한 처음과 끝 장면이 암시하듯, 세계의 시초인 여성의 자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남성들의 무의식적 결핍을 꿈의 논리로 덮는다.



꿈처럼 몽롱하게 사건의 실타래를 하나둘씩 푸는 이 추리 영화는 서둘러 결말을 알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것이 꿈인지, 꿈 같은 현실인지, 꿈속의 꿈인지 내내 관객이 헷갈리는 동안 미셸은 현실과 환상의 조각더미에서 헤맨다. 전형적인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치고는 결말이 다소 싱겁지만, 그때까지 결코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꿈의 판타지를 적어도 반쯤은 경험하게 만든다.





섬뜩하고 유쾌한
한바탕 ‘호접몽’-심영섭




장자크 베넥스가 <디바> 이후 21년 만에 내 놓은 <모탈 트랜스퍼>는 <베티 블루>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이미지와 정서적 폭발 대신 정적이지만 몽환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살인이 일어난 상담실의 차창 밖에는 하염없이 함박눈이 내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마치 수정 구슬 속 자신의 꿈을 바라보는 듯 취한 느낌에 젖게 한다. 정신분석 의사와 환자라는 경계를 지워내며, 인간의 내밀한 판타지를 훔쳐보게 한다는 점에서 <모탈 트랜스퍼>는 히치콕의 <이창>과 닮았다.



정신분석의 미셸 뒤랑은 툭하면 남편에게 얻어맞는 피학성 성적 취향을 즐기는 올가를 상담하다 끌리게 된다. 잠에 빠져 있었던 그는 그녀를 목 졸라 죽이는 꿈을 꾼다. 상담실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올가에게 똑같은 욕망을 품게 된다.



정신분석에서 회자되는 일화들이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되면서 상담실은 그야말로 인간들이, 그리고 베넥스 자신이 마음의 옷을 벗는 장소로서 무의식의 깊은 우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실제로 장 자크 베넥스를 서울에서 만났을 때, 그는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결국 원제 ‘죽음의 전이’는 정신분석 의사에게 환자들이 느끼는 묘한 감정뿐 아니라, 삶 자체가 죽음으로 가는 치명적 전이 과정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한 살인 사건을 통해 은유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아마도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성의 성기는 마치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이라는 그림처럼, 남성들이 생각하는 기원이자 종말, 탄생과 죽음의 관문인 여성, 성과 죽음의 집약체로서의 ‘그곳’에 대한 직시와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모탈 트랜스퍼>는 영화의 자막이 올라가면 잊기 힘든 한바탕 호접몽을 꾼 것 같은, 그리고 마침내 그 내면의 잠에서 깨어난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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