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수음을 할까?
  • 강철주 편집위원 (kangc@sisapress.com)
  • 승인 2002.08.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식의 성과학 탐사>/“성은 신화가 아니라 과학”
성에 대한 담론은 대체로 음습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성을 말하면서도 비밀과 신화의 겉옷 뒤에 숨은 알몸은 짐짓 모른 척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죽하면 음담패설이며 화장실 유머이겠는가. 그러나 <이인식의 성과학 탐사>(생각의나무)는 조금 다르다. 저자 이인식은 성을, 풍문과 소문의 밀실에서 과학의 광장으로 끌어내려(혹은 끌어올려) 만천하에 까발린다. 성 ‘문화’나 성 ‘풍속’에 관한 책을 통해 성의 흐름을 개관한 독자라면, 성의 구체적 세목(細目)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는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인 읽을거리가 된다.





예컨대 ‘물건’은 커야 된다는 마초들의 신화는 어떻게 과학으로 번역될까? 저자에 따르면 물론 크면 좋다. 하지만 흔히 알듯 여자들이 껌벅 가기 때문이 아니다. 페니스에서 발사된 정자들은 질 속에서 난자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데,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정자를 가급적이면 질 깊숙이 밀어넣어야 하며, 따라서 난자 가까이 정자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기다란 페니스가 유리하다는 식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수음을 더 많이 하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절대 아니다. 정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늘 젊은 정자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필요 때문이다. 싱싱한 정자를 고환 속에 상비하기 위해 수음을 통해 묵은 정자들은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음이란 부질없이 정액을 낭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인류가 고안해낸 ‘지혜로운 전략’이 된다.


남자들이 미녀를 좋아하는 것도 저자에 따르면, ‘취향’이 아니라 ‘과학’의 문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상품화한다며 비판하지만, 아름다움이야말로 진화와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를 일러 서양에서는 ‘미인 생존(survival of the prettiest)’이라고도 한단다. 미인 박명이 아니라 미인 장수인 셈이다. 생후 3개월밖에 안된 아기들조차 미인들을 더 오래 쳐다본다는 실험 결과도 소개된다.


과학 하는 이 치고 글 잘 쓰는 사람 없다는데 저자 이인식씨(과학문화연구소 소장)는 그런 편견을 훌쩍 뛰어넘는다. 독창적인 견해나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 기왕의 연구들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 책이지만 워낙 ‘성 문맹’인 탓에 넘기는 책장마다 새로운 지식들이 가득하다. 저자의 의도에는 어긋나겠지만, 술자리 같은 데서 아는 체하며 입담을 과시하는 데도 꽤 유용할 듯싶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