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성공 뒤에 숨은 진실
  • 강철주 편집위원 (kangc@sisapress.com)
  • 승인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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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모튼 지음 <마돈나>
마돈나의 노래는 몰라도 마돈나라는 이름은 대개들 안다. 마돈나가 부른 노래 한 곡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뮤직 비디오와 온갖 스캔들 기사가 만들어낸 그녀의 ‘인상’에는 비교적 익숙하다. 그들에게 마돈나는, 거의 외설에 가까운 선정적 무대 매너와 화려한 남성 편력으로 상징되는 성적 방종과 동의어이며,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고약한 트러블 메이커쯤으로 받아들여진다. 마돈나의 음악보다 그녀의 삶이 더 큰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돈나가 어째서 그토록 ‘골 때리는’ 행각을 벌여왔는지가 궁금한 독자라면 앤드류 모튼의 <마돈나>(유소영 옮김, 나무와숲 펴냄)가 제격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전기로 필명을 날린 저자는 이 책에서, 댄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중에 단돈 35 달러를 지니고 뉴욕에 입성했던 초라한 출발부터, 그녀가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브래지어 하나가 2만 달러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까지 마돈나의 개인사를 실감 나게 재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녀 속의 무엇이 마돈나를 오늘날 대중 문화의 세계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했는가에 주목하고, 그같은 성공의 이면에 가려진 마돈나의 이중성과 모순 역시 냉정하게 드러낸다.



마돈나는 일상 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약탈’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습격’하여 영감을 얻어내는, 탁월한 천재다. 아방가르드를 일반 대중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재능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단히 과소 평가된 음악가’이다. ‘예술적으로도 곡을 쓰는 마돈나의 능력은 뮤직 비디오의 폭발적 인기 때문에 자주 무시되었다.’ 더 결정적으로는, 그녀의 요란한 ‘경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돈나는 왜 제 재능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보이게 하는 일들을 벌여 왔는가. 작가에 따르면, 일련의 스캔들은 그녀의 의도에 따라 적극 연출된 것이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던 데뷔 초기, 한 인터뷰에서 “시작부터 난 불량 소녀였다”라고 고백함으로써 성적으로 헤픈 여자라는 인상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돈나의 천성 탓도 크다. 그녀는 음악과 사업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는 완벽한 지배력을 행사했지만, 개인적인 애정 생활에서는 자주 통제력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마돈나에 대한 극단적 찬미와 혐오를 두루 껴안는 작가의 결론은 무엇일까. “마돈나가 그림이라면, 아마도 피카소 추상화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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