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지존’ 엘튼 존 역사적 내한 공연
  •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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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가수’ 엘튼 존, 9월17일 역사적 내한 공연
거장의 공연은 반갑다. 올 가을에는 음악 각 분야의 거장들이 잇달아 내한해 고대했던 음악 팬들의 설렘을 일으키고 있다. ‘록의 거장’ 스콜피온스(9월18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재즈 기타의 전설’ 조지 벤슨(9월30일, 10월1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그리고 ‘팝의 살아있는 신화’ 엘튼 존(9월17일, 잠실종합운동장)의 공연은 모두 활동 30년을 넘긴 거물의 내한 무대라는 점에서 모처럼 음악 팬들로 하여금 장르를 불문하고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이 가운데 독일의 메탈 밴드 스콜피온스는 이번이 자그마치 일곱 번째 한국 방문이고, 조지 벤슨도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 공연이다. 반면, 엘튼 존의 경우는 역사적인 첫 한국 무대라는 점에서 일반은 물론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 무대의 어드밴티지라고 할 신선함은 늘 대단한 것이다. 스콜피온스가 한국 록 팬들에게 변함 없는 인기를 모으는 그룹이고, 조지 벤슨이 국내 재즈 기타 마니아의 1급 주목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대목에서만은 확실히 임팩트가 덜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간 팝 아티스트들은 전성기가 훨씬 지난 뒤에 내한해 이름과 추억뿐인 공연이었던 사례가 많았던 것과 달리, 엘튼 존은 올해로 나이 쉰일곱(1947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는 절대 강자라는 점에서 실감 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엘튼 존은 해외 팝스타의 내한 공연을 논할 때 언제나 흥행 1순위로 꼽혀왔다. 그의 팬 층이 50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워낙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40, 50대 기성 세대는 그의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 <다니엘> <미안이라는 말은 가장 어려운 말이지(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들으며 청춘 시절을 보냈다.

20대도 <오늘밤 사랑을 느끼나요(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와 <바람 속의 촛불(Candle In The Wind)>을 팝의 골든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신세대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헌정한 노래 <바람 속의 촛불>이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누르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곡으로 떠오르면서 엘튼 존이라는 이름과 한층 친숙해졌다.

구미 음악계에서 엘튼 존의 위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1950년대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대, 1960년대가 비틀스의 시대라면 1970년대는 엘튼 존이 평정한 시대로 규정된다. 1960년대 말 징징거리는 사이키델릭 록과 블루스가 판치던 시절을 지나 1970년대가 개막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멜로디 중심의 투명한 <너의 노래(Your Song)>를 들고 나온 그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엘튼 존의 음악이 우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솔직히 인정한 인물이 비틀스의 존 레논이었다. <너의 노래>에 매료된 레논은 1971년 엘튼 존이 로스앤젤레스에 오자 공항에 영접을 나가 그 앞에 무릎을 꿇는 믿기지 않은 일화를 남겼다. “그 분이 왔어요. 엘튼 존이 오셨어요!” 그 순간 당황한 엘튼 존의 응수는 이랬다. “왜 이러세요? 일어서십시오. 당신은 존 레논입니다.”

26년간 한 해도 빠짐 없이 히트곡 제조

엘튼 존 음악의 가공한 파괴력은 그가 가장 오랜 기간 인기 차트 히트송을 발표했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그는 1970년 <너의 노래>부터 1995년 <믿어요(Believe)>까지 26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빌보드 차트 톱40 히트곡을 발표했다. 이전의 기록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22년. 톱스타를 옥죄는 슬럼프 없이 그 긴 세월에 걸쳐 인기 부동이었음을 말해주는 이 기록은 앞으로 누구도 깨지 못할 불멸의 대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래식을 바탕으로 둔 빼어난 피아노 연주와 장·단조를 막론한 환상의 멜로디를 많이 써냈기 때문에 국내 팬들은 본고장 히트 레퍼토리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열심히 챙겨 들었다. <60년 계속(Sixty Years On)>과 <우리 모두는 때로 사랑에 빠지지(We All Fall In Love Sometimes>가 대표적이다. 엘튼 존은 이번 공연에서 한국에서 사랑받은 곡들도 많이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 8명을 포함해 제작진만도 30명이며, 25t에 달하는 공연 장비도 직접 영국에서 공수될 예정이다. 전성기의 점프하는 자세로 피아노를 두드리는 열정적 무대 매너와 예의 기발한 연출에 기성 세대는 추억을 만끽할 것이다. 화려한 의상, 선글라스, 구두가 방 2개를 채운다는 소식이 전해질 만큼 그의 외적 트레이드 마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동안 동성애와 기행으로 언론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엘튼 존은 오로지 대중 정서의 저변을 꿰뚫은 천재적 감수성으로 모든 위기를 돌파해 왔다. 한창 때의 노래를 그가 한창이었을 때에 듣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지만, 이렇게 뒤늦게라도 한국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음악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팝 최강자’의 기념비적인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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