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가을의 선율 만끽한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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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음악회 시간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보며 산사 음악회를 책임진 대원 스님은 연신 혀를 찼다. 지난 9월11일 저녁 7시, 전북 고창 선운사 경내의 만세루 옆 마당.

음악회는 빗속에 강행되었다. 한영애·권인하·주병선·한서경 등 대중 가수의 공연과 이삼 스님의 대금 독주, 여성 창작그룹의 타악 연주가 이어졌다. 스님과 관객 대부분은 비옷을 입은 채 2시간 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선운사에서 산사 음악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을이면 ‘사찰 축제’ 형식의 행사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현재같이 정형화한 모습의 음악회가 정착된 지는 몇 년이 안 된다. 현재 가장 활발한 곳은 경북 봉화 청량사의 산사 음악회로 9월18일 저녁 7시 청량사 유리보전 특설 무대에서 열린다. 2001년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 벌써 4회째다. 지난해부터는 기독교·가톨릭·원불교의 노래 팀이 참가해 종교를 뛰어넘는 자비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예년에 서너 군데에서만 열리던 산사 음악회가 올해 들어 갑자기 늘었다. 공주 영평사, 단양 광덕선원, 오대산 월정사, 부산 범어사, 천안 성불사, 해남 미황사, 서울 심곡암 등이 올 가을에 산사 음악회를 개최한다.

선운사 산사 음악회에서 직접 북채를 쥐고 법고 연주를 선보인 진운 스님은 “그동안 몇몇 사찰에서 개최했던 산사 음악회에 대해 불교계 내부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불교의 대중화를 꾀하고 스님과 대중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음악회를 여는 절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량사 등 소수의 산사 음악회를 빼면 아직까지 형식과 내용이 제대로 자리 잡은 곳은 별로 없다. 선운사에서 만난 한 스님은 “절에서 하는 음악회라면 뭔가 좀 생각할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조악한 열린음악회를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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