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 장영희 기자 ()
  • 승인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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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지고 금의 환향
이정재 전 재경부 차관(57·사진)이 제4대 금융 정책의 야전사령관(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금의 환향했다. 금감위원장 자리에는 개혁파 학자가 등용되리라고 점쳐졌지만, SK 사태로 금융 시장이 요동하자 안정 성향의 관료를 뽑아야 한다는 쪽으로 청와대 기류가 급변했다는 후문이다. 이위원장과 함께 물망에 오른 한 관료 출신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개혁 그룹이 이위원장 지지 쪽으로 급선회했다는 풍문도 나돈다.
이위원장 앞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있다. 당장 SK 불길을 완전 진화해 금융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SK글로벌에 방화벽을 확실하게 치고 SK텔레콤과 SK(주)가 우회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SK글로벌 회계 분식은 기업 최고 경영진과 은행, 회계 법인의 수준을 바닥까지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회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과제도 부여받았다.

그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이라는 일상적 업무를 하면서도 증권 집단소송제와 금융 계열사 분리제 같은 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삼성생명 상장 문제나 투신사와 증권사 구조 조정도 매끄럽게 처리해야 한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갈등을 빚고 있는 두 조직의 통합과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올해 초 금감원 노조는 그를 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았다.

행시 8회 출신인 이위원장은 옛 재무부 이재국에서 20년 넘게 일한 정통 재무 관료 출신 금융통. 1996년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나가면서 공직을 떠났으나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의 삼고초려에 의해 1999년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재입성했고 금감위 부위원장 자리에도 올랐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이경재 전 중소기업은행장과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이위원장의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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