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 구설 오른 윤여준 한나라당 의원
  • 소종섭 기자 ()
  • 승인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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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쓰는 게 참모의 숙명”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사진)이 또 구설에 올랐다. 2000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측근 김 아무개씨와 함께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고소장이 서울지검에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에 사는 손 아무개씨는 2000년 초 공천 대가로 2억원을 김씨에게 건넸으나, 8천만원만 돌려 받았다며 지난 6월 말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20만 달러 제공설’로 곤욕을 치른 윤의원은 펄쩍 뛰고 있다. 개인 간의 채권·채무 관계에 불과한 사건일 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의원은 손씨를 서너 차례 만났고, 당시 하순봉 사무총장에게 소개하기도 해 그 배경을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의원은 “김씨가 이 전 총재와 가까워 총선을 앞두고 ‘돈’ 얘기가 불거지면 당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단순한 개인 간의 채권·채무 관계라는 윤의원의 설명과 달리 상황은 간단하게 굴러가는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돈 공천 의혹’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양길승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좋은 반전 계기를 잡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회창씨가 8월 초 갑작스레 미국으로 돌아간 것과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이다. 애초 이씨는 8월10일쯤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당겨 8월2일 출국했다. 7월 초에 손씨가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윤의원은 “이회창씨는 모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출국하기 직전 윤의원은 옥인동 자택에서 한 시간 가까이 이씨를 만난 적이 있다. 사안의 성격으로 보아 이 자리에서 ‘고소 사건’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윤의원은 “옆에 서 있다가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참모의 숙명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여의도연구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의원이 이번 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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