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회담’ 제의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 소종섭 ()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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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야당이 뭔지 보여주마”
말과 행태가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사진)가 모처럼 노대통령과 확실하게 ‘차별화’를 했다. 노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경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반면, 최대표는 8월17일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대표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본 틀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정치권·학계를 망라한 ‘국가전략산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집중 논의하자는 것이다.

진작부터 노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해 온 최대표는 경축사를 본 뒤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통령이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대표에게 조언하는 윤여준 의원은 “4자 회담 제안은 경제 살리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최대표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의례적인 정치성 제안이 아니라 절박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안보 불안 해소와 정치 정상화 등 5개 항을 요구하며, 대통령이 이를 계속 무시할 경우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일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도 보였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역사관과 철학에 문제가 있으며 유럽식으로 보면 좌파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민주당과 청와대가 4자 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는 점수를 땄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이다.

최대표는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을 무조건적인 비판 세력이 아닌, 대안·정책 세력으로 자리 매김하려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그는 ‘이제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4자 회담이 성사되어 노대통령과 마주 앉게 될 경우, 그동안 제안했던 ‘여야 영수회담’에 버금가는 정치적인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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