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에게 희망과 영광 안기다
  • 박성준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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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주 예일 대학 법대 학장
럴드 홍주 고’(한국명 고홍주·사진). 미국 이민 100주년을 맞는 올해, 이 이름은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잊히지 않을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과거 클린턴 정부 2기 때,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가 되어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최고위직에 올랐다고 화제를 모았던 그가 이번에는 미국의 명문 예일 대학 법대 학장으로 선임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임 있는 일이다.

예일 대학 리처드 레빈 총장이 그를 법대 학장에 선임한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11월4일. 고교수는 법대 학장 수락 연설에서 ‘세계의 선두에 선 법대 학장을 맡아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을 받은 것은 내 일생 최대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고교수는 국제법, 특히 인권 관련 국제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이다. 그는 법대 학장에 선임된 사실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10월21일에도 영국 런던의 존 갤웨이 포스터 강좌에 초빙되어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이 세계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부시 정부가 9·11 테러 참사 이후 ‘공포로부터 벗어날 자유’(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천명한 4대 기본 자유 중 하나)를 자유의 최우선 항목으로 간주함으로써 세계 인권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부시 정부를 비판했다.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그의 절대적인 확신은 자신의 가족사와도 무관치 않다. 그는 박정희 군사 정권이 들어설 무렵 박해를 피해 미국에 망명한 고광림(전 주미 대사·작고) 전혜성 박사(예일 대학 명예 교수) 부부의 둘째 아들이다. 1961년 고씨가 미국으로 건너갈 때 나이는 여덟 살이었다. 고씨 집안은 이외에도 부모는 물론 삼남매가 모두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거나 교편을 잡고 있는 ‘박사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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