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녹슨 ''개혁의 나팔''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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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맨'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 수뢰 혐의 구속
융감독원 김영재 수석 부원장보가 끝내 구속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11월11일 ‘막강 금감원의 4인자’이던 그는 뇌물 수수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1998년 4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출범한 후 지난 8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대변인으로 활동해온 김씨는 금감위의 ‘입’이었다. 그를 통해 현정부의 굵직한 기업 및 금융 개혁 정책이 발표되었던 것이다. 그는 실세 중의 실세로 통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그가 구속된 것은 금감원에 메가톤급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아직 ‘동방·대신 금고 불법 대출 및 로비 의혹 사건’에서는 자유롭다. 서울 지법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법원은 김씨가 지난해 8월 옛 아세아종합금융이 증권사로 전환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 총 4천9백5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는 인정했다.
그러나 김씨는 아세아종금 건에 대해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말대로 억울하게 구속되었는지, 아니면 앞에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반개혁적인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는지는 앞으로 법원이 가려야 할 문제다. 그러나 그는 일부 뇌물 수수 혐의가 인정됨으로써 적어도 개혁적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것은 틀림없다.

공무원이 해야 할 금감위 대변인 자리에 민간인인 김씨를 전격 발탁한 것은 이헌재 초대 금감위원장이었다. 국제통화기금 체제라는 위기 상황에서 이위원장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 결과‘미스터 구조 조정’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런 이위원장의 손과 발이 된 것이 바로 김씨였다.

이위원장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김씨가 옆에 있었고, 이위원장이 직접 하기 어려운 악역은 그의 몫이 되었다. 이러한 그의 ‘그림자 보필’은 금감원 내에서 유명하다. 스스로도 ‘이헌재 스쿨의 모범 학생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정도로 김씨는 이위원장을 따르며 본받고 싶어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긍정적인 것은, 뛰어난 언변과 상황 판단력을 겸비한 대변인으로서 지난 2년간 몸을 돌보지 않고 개혁 작업에 헌신했다는 것이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악역을 많이 떠맡은 그에게는 자연 적이 많았고 따라서 이들의 표적이 되었다는 동정론도 없지 않다. 반면 대변인 이상의 권한을 행사했으며, 튀는 처신으로 안팎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부정적 평판도 따라다닌다. 금감위원장의 총애와 현정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안 끼는 곳이 없을 정도로 권한을 과잉 행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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