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와 누나의 주민등록번호 알고 있다”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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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이렇게 한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엄마 생신이 언제인지 아니?” 혹시 정확하게 답하면 “그럼 엄마 주민등록번호는?”이라고 질문해 보십시오.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6학년 어린이 가운데 40% 이상이 어머니나 형제 자매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개인 정보’를 입력할 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시내 초등학생 6백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6학년생 44.9%가 어머니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었습니다. 6학년생 46.4%가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인터넷에 입력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는 81.3%가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6학년생 가운데 79%는 부모의 동의 없이 혼자서 회원 가입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경실련은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사이트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 및 온라인 결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실태를 살펴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정보화 인프라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중독자만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조사에 응한 초등학생의 88.3%가 집에서 인터넷을 즐기고, 또 54%가 혼자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중독,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처럼, 우선 컴퓨터부터 거실로 내놓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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