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과 열정 넘치는 ‘벼락치기’의 대가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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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메추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내정자
좋은 감독은 둘로 나뉜다. 좋은 선수를 잘 쓰는 감독과 좋은 선수로 만들어 쓰는 감독. 스타가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나 브라질 대표팀은 전자가 필요하다.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맥을 못추고 있는 한국 축구는 좋은 선수를 키워내는 후자를 필요로 한다. 브뤼노 메추(50·사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그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메추는 선수나 감독으로 그리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 대표팀을 맡아 전 대회 챔피언이자 과거 세네갈을 식민 지배한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함으로써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했다.

쾌거의 이면에는 세네갈 축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은 열정이 있었다. 메추는 세네갈에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프랑스 명문 구단의 영입 제의를 거부했다. 2002년 초 세네갈 여성과 결혼하고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추는 세네갈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얻었다.

메추는 절친한 친구 필립 트루시에 전 일본 대표팀 감독과 함께 대표적인 ‘잡초형 지도자’로 꼽힌다. 이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벼락치기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대표팀의 경기력 이외에 축구 수준을 향상시키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김 호 전 월드컵팀 감독은 “메추는 프로 리그와 대표팀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추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계약이 성사되지도 않았는데 축구협회는 메추를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 이같은 선임 절차로 인해 한국 축구는 또 한번 세계로부터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웃음거리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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