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훈 김원길 정형근 장성민 박종섭 홍세화
  • 권은중 기자 ()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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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길 민주당 의원
정권 재창출 위한
‘전략 발전소’ 가동

민주당 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가 12월10일께 탄생한다. 김원길·박상규·유재건·천용택 의원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장기적인 국가 정책과 당 차원의 대선 전략 등을 연구하는 당 외곽 조직으로, 명칭은 ‘새시대 전략연구소’. 이사장에 내정된 김원길 의원은 “연구소가 발족되면 최소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발표해, 우리가 정치에서 물러난 후에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어갈 외곽 연구소로 활동케 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일에 발벗고 나선 것은, 당에 장기 전략이 없어 정권 재창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충정’이 자칫 당 내에 또 다른 혼선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필이면 당이 그동안 미루어온 당 공식 연구소 설립을 적극 추진키로 한 시점에 외곽 연구소 설립안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3일 연구소장에 임명된 임채정 의원은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면 상승 효과를 낼 수도 있다면서도, “결국 공식 연구소 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겠느냐”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권 주변의 인재 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연구소마저 ‘공식’ 대 ‘외곽’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서울대 후배들이 뽑은
‘역대 최악 총학생회장’

정현준 게이트에서 황장엽 사건에 이르기까지, 핵심 사안을 비켜가는 일이 없는 정가의 ‘타는 혀’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이 서울대 재학생들로부터 역대 최악의 총학생회장으로 뽑혀 화제이다. 학내 6개 매체로 구성된 ‘서울대 언론연합 총학생회 선거 보도단’은 지난 11월8∼10일 사흘간 역대 최악의 총학생회장을 묻는 사이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형근 의원이 전체 응답자 4백18명 중 80.9%라는 압도적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학과 64학번인 정의원은 1966년 단과대 학생회장을 거쳐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다(단과대 학생회장 시절 그의 러닝메이트가 같은 당에 있는 안상수 의원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라는 브랜드를 개인적으로 팔아먹는 사람이 많은 만큼 졸업 이후에도 총학생회장 재임 당시의 이념과 정신에 투철하라고 엄중히 경고 하는’ 뜻에서 이번 여론조사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변희재씨(미학과 4년, 시사 웹진 <대자보> 편집장)는, 이번 조사 결과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고 논평했다. 그가 분석한 정의원 선정 이유는 △민주화 인사 탄압 △서울대 학력주의 조장 △신빙성 없는 정치 폭로전 주도이다.

장성민 민주당 의원
정치권 지도부 향해
‘초당적 훈수’

최근 잇달아 당 지도부에 비판을 화살을 날렸던 민주당 소장파 장성민 의원의 과녁이 당 울타리를 넘어섰다. 11월28일 ‘2001년 한국 정치 전망’을 주제로 한 서강대 강연에서 “저발전의 정치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과 정치인 교체가 중요하다”라면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과 정치권 지도부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특히 ‘정치는 생물’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회창식 강성 리더십을 대체할 소프트한 리더십이 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의원은 소프트한 리더십의 내용으로 김덕룡-박근혜 부총재를 주축으로 한 ‘지역+이념 연대’나 최병렬-이부영 부총재를 주축으로 한 ‘보혁 연대’를 거론하면서, 그럴 경우 여야 관계에도 지각 변동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내부 변화에 따른 정계 개편을 준비해야 하며, 대선 주자도 이런 상황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
자금 조달 계획 내놓고
새 경영 실험 시동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53)은 11월23일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유동성 위기가 물위에 불거져 나오기 전인데 자진해 위기 차단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계획에서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계획 못지 않게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미국 식으로 순수 주주 경영 회사를 만들겠다는 대목이다. 박사장은 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실험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대전자의 이런 획기적 변신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에서 말미암았다. 정몽헌 회장이 경영권을 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 멕스터 사 사장을 지내는 등 10여 년 간의 미국 생활에서 주주 중시 경영의 중요성을 깊이 체험한 CEO이다.

현대그룹은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전자를 계열 분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박사장은 내년 3월까지 분리해 독립 경영에 시동을 걸 작정이다. 관건은 정몽헌 회장과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총 12.1% 지분을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나 금융 그룹에 파는 일이다. 결국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에 옮겨야만 계열 분리를 앞당기고 유동성 위기의 불길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 현대전자의 총부채는 무려 8조7천억원. 게다가 그 가운데 회사채 비중이 51%나 되며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빚이 73%나 되는, 한마디로 기형적인 빚 구조를 갖고 있다. 박사장은 솔직하게 재무 구조 문제를 공개하고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계획을 밝혀 증시 전문가들로부터 일단 믿어보자는 반응을 끌어냈다.

돌아온 망명객 홍세화씨
문화비평가 변신
지식인 향해 '포문'

택시 운전을 하는 파리의 망명객에서 전투적인 필봉을 휘두르는 문화 비평가로 변신한 홍세화씨(52)가 11월21일 오후 귀국해서 제일 먼저 말보따리를 푼 자리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 앞이었다.

민가협의 일곱 번째 인권강좌 강사로 초청된 홍씨는, 이 날 한국 지식인들이 막중한 임무를 잊은 채 유복한 삶을 영위하며 한국 사회 맨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망가지고 있는데도 지식인이 그것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인·언론·종교·교육과 같이 사회를 정화하는 마지막 보루들이 무너져버린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몸을 던진 아들·딸 들이야말로 사회를 지키는 정신적 지주라고 강조한 홍씨는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홍씨는 앞으로 한달간 머무르면서 자신과 비슷하게 전투적인 글쓰기를 하는 지식인들이 펴내고 있는 격월간지 <아웃사이더>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펼치는 ‘안티 조선 시민강좌’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또 12월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양심수 시와 노래의 밤>에 참여해 민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공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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