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 · 엄호성 · 장기표 · 엄낙용 · 박찬호 · 장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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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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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 주미대사, SOFA등 관련 인터뷰 내용 파문‥‥"언론이 잘못 보도"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서울에 갔다가 한 영자지와 가진 회견 내용이 문제가 되어 ‘설화’에 휘말린 양성철 주미대사. 그가 이 회견에서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소파(SOFA), 즉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문제와 노근리 사건과 관련해 대사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직 파문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9월23일 워싱턴에 귀임한 양대사는 24일 오전 기자에게 “나에게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우리 언론이 내가 하지도 않은 얘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양대사는 특히 “노근리 사건의 경우 미군 지휘관이 한국 양민 학살을 명령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말을 일반론적으로 거론했는데도, 언론이 내가 쓰지도 않은 ‘우발적 사고’라는 표현을 써가며 진의를 왜곡했다”라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또 자신이 ‘환경·노동 문제 등을 SOFA 조항이 아닌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 문제로 넣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초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문제의 영자지와 이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정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양대사는 지난 8월 초 워싱턴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심심치 않게 기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8월1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일이다. 양대사는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미디어센터로 한국 기자들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말이 있으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가치임이 증명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사 기자들은 클린턴의 육성이 담긴 관련 대목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클린턴이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이 내용을 그대로 송고한 일부 신문사 기자들은 뒤늦게 양대사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사는 클린턴 대통령이 한 여러 가지 얘기를 뭉뚱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기자들에게 전달한 셈이다.

지난 9월1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고정 난인 ‘외교 급보’에 양대사의 회견 내용을 실었는데, 그 중 한·미 관계 대목이 눈에 띈다. 양대사는 남북 대화는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미 군사 협력은 억지력의 초석임을 강조했다. 양대사는 미군이 주축인 유엔군의 도움이 없었던들 오늘날 남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미 행정협정 문제나 노근리 사건에 관한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혹시나 <워싱턴 포스트>에 인용된, 미국을 바라보는 이같은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
과시욕 못이겨 치명적 자살골


스코어는 1 대 1. 양쪽 골 모두 자살골이다. ‘선거비 실사 개입’ 의혹을 부른 민주당 윤철상 의원이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경우라면, ‘이운영씨(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배후 관련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자기 과시욕 때문에 실족(失足)한 경우.

부산 출신인 엄의원은 지난 9월21일 열린 한나라당 부산 집회의 사회를 맡아 하루 전에 부산에 내려가 있다가 그날 저녁 몇몇 취재 기자들과 반주를 곁들이며 식사를 같이 했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식사를 마친 후. <세계일보> 기자와 사사로이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기가 이씨 쪽과 접촉해 왔고 나름의 자료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여권이 한나라당의 배후 지원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에서 입맛에 딱 맞는 먹이를 던져 준 셈이다.

경찰 출신인 엄의원은 YS 시절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서울 중부경찰서장 등 요직을 거치며 쾌속 승진을 거듭하다 DJ 출범 이후 인사에 불만을 품고 경찰복을 벗었다. 그후 이회창 총재를 찾아가 총풍·세풍 사건 담당 변호를 맡았고 세풍 사건으로 구속된 이총재의 동생 회성씨를 보석으로 풀려나게 하는 데 기여해 이총재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정형근 의원의 대를 이을 ‘정보 및 폭로 전문가’로 기대를 모아오던 엄의원은 이번 사건 때문에 당분간 몸조심을 해야 할 처지. 그러나 이번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오는 10월 국정 감사 때 DJ를 겨냥해 ‘한 골’ 넣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종민 기자
장기표 민국당 최고위원
反김윤환 깃발 들고 다시 투사의 길로


30여 년에 걸친 재야 생활을 접고 제도권에 진입한 장기표 민국당 최고위원이 다시 ‘투사의 길’로 나섰다. 9월27일 열리는 민국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출마해 김윤환 대표권한대행과 겨룰 예정이었던 그는 9월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관리가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출마를 포기하고 당 개혁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선언했다.

논란이 된 것은 기탁금 액수. 장최고위원은 “기탁금 5천만원이 너무 많아 3천만원으로 낮추자고 수 차례 요구했으나 김대행측이 나의 출마를 막기 위해 이를 거부했다”라고 주장하며 김대행 사퇴와 선관위 재구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대행은 “장최고가 2천만원이 모자라 출마를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며 장최고위원의 ‘음모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

9월21일 장최고위원의 기자회견장에는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장최고위원측은, 출마 기자회견 때는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이번에는 김대행측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며 김대행측을 비난했다. 장최고위원은 법적 소송을 비롯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히면서도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김종민 기자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
대우차 앞에서 전전긍긍


‘카드는 많지만 뽑을 것이 마땅치 않다.’ 지난 9월20일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의 새 책임자로 떠오른 한국산업은행 엄낙용 총재(채권단 대표)의 고민이다.

미국 포드 사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채권단이 처음 상정한 카드는 1차 입찰에서 탈락한 GM과 현대-다임러 컨소시엄 양쪽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재입찰 카드’는 힘을 잃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카드가 ‘분할 매각’. GM·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이 가장 바라는 것으로 꼽히는 방안이지만, 정부·채권단 쪽에서는 대우자동차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추가 자금을 투입해 대우자동차를 정상화한 뒤 팔자는 ‘선 정상화, 후 매각론’이나 현대산업개발 등 ‘제3의 인수자’를 찾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모두가 비현실적인 카드로 꼽힌다.

뽑을 카드도 마땅치 않지만, 엄총재로서는 GM 등이 ‘정밀 실사 없이는 입찰 참여도 없다’고 나서는 상황 역시 큰 부담이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업무 추진력은 강해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진 엄총재. 그러나 이번 대우자동차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가 될 것 같다.

이문환 기자
박찬호 선수
동양인 시즌 최다승 신기록 ‘쾌투’


박찬호가 2게임 연속 ‘준 완봉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가운데 메이저 리그 최다승 세웠다. 박찬호는 9월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8회까지 던져 1 대 0 승리를 따내며 17승째를 챙겼다(10패). 이로써 박은 1996년 다저스의 노모 히데오(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제치고 동양인 최다승을 올렸다. 박찬호의 제구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위기 관리 능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을 뿐이다. 누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바로 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보라스 사단 소속 스포츠 심리학자 하비 도프먼 박사이다.

신시내티에 거주하는 도프먼 박사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찬호와 전화 통화를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충고는 ‘1구1구’로 압축된다. 즉 공 하나에 모든 것을 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찬호에게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킨다.

24일 경기에서도 노아웃 1·3루 상황이 있었다. 도프먼이 없었던 지난 시즌 찬호는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랐다. 노아웃 1·3루라도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다음 타자를 병살로 처리하면 이닝을 끝낸다는 생각을 그리며 1구1구에 힘을 쏟는 공격적인 투구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미국 메이저 리그에는 박찬호 못지 않은 젊은 투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올해 박찬호가 그 중에서도 우뚝 선 까닭은 제구력도 제구력이지만 마음을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이 날 탈삼진 13개를 추가해 총 2백4개로 내셔널 리그(NL) 3위에 올랐다. 또 포볼은 1백23개로 1위에 랭크되었다. 이렇듯 야구의 극과 극인 탈삼진과 포볼이 상위권인 박찬호가 17승 투수가 된 것은, 위기에서는 삼진을, 누상에 주자가 없을 때는 포볼을 내주는 효율적인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포볼을 많이 줄였더라면 20승 고지를 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재계약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협상에 따라, 1천2백만 달러 이상의 연봉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용석 편집위원
장선우 영화감독
애니메이션 쪽으로 또 ‘깜짝 행보’


행보 자체가 문화계의 화젯거리가 되는 장선우 감독이,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손을 뻗는다. 장선우 감독은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장편 극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를 시사만화가 박재동씨와 함께 제작하겠다고 지난 9월21일 밝혔다.

장감독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은 일찍이 감지되었다.그는 영화 <꽃잎>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삽입했다. 그 때 장감독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박재동씨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기획하고 있어 박씨와의 협업이 더욱 자연스러웠다는 후문이다.

왜 바리데기인가? 그에 따르면 주술적 마력 때문이다. “세속적이면서도 초월적이고 자질구레한 반면 환상이 있다. 이를 한국 민화의 전통 위에서 재현하겠다.” 장감독은 현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실사 영화를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 이 영화의 카피는 ‘사이버 퓨전 액션’. 돈과 이슈를 한 데 거머쥐는 그의 기획력은 정평이 났다. 최근 문화계의 열쇠말인 사이버와 액션을 재빨리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역시 장선우다운 민첩함’이라는 평이 돌고 있다.

노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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