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노인들 지하로 '공간 이동'
  • 고재열 기자 ()
  • 승인 2001.01.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설명 추위를 피해 : 지하철 역 구내에 모인 노인들.

서울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이나 종묘공원에는 노인이 많이 모여든다. 종교단체나 사회봉사단체가 무료로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집회나 시위와 같은 구경거리가 많고 걸쭉한 입담을 쏟아내는 노점상도 많은 이곳은 노인들이 소일하기에 좋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요즘 이곳 노인들은 종로3가 지하철역으로 쉼터를 옮겼다. 그러나 역 공간이 비좁아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1호선·3호선·5호선 세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인 종로3가 역은 평소에도 무척 붐비는 곳이다. 유일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은 1호선 역사 안에 있는 10여평 규모 만남의장소뿐이다. 하지만 노숙자들이 몰린다며 의자를 대부분 치워버려서 노인들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그냥 앉아 있다.

귀가 어두운 30년 지기 친구 석중석씨(77)와 메모지를 이용해 얘기를 나누던 김영철씨(76)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은 기대하지 않지만 오갈 데 없는 노인을 너무 괄시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하철역에 내려와서도 박대받는 노인들의 모습이 우리의 '낮은' 복지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