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한동대 총장 구속
  • 박병출 부산주재기자 ()
  • 승인 200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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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던 총장이 감옥 간 사연/
지역·종교 '권리 싸움'이 불씨


한동대 김영길 총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5월11일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유철환 부장판사)는 학교예산 불법 전용·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총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대학 총장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총장은 1995년 한동대 개교와 함께 초대 총장을 맡았다. 시민들은 같은 포항 지역에서 존경받은 전 포항공대 총장 김호길 박사(1994년 작고)의 동생이자 금속재료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총장의 취임을 환영했다.

그러나 재정난을 맞은 설립자 송태헌씨(66)가 1995년 재단 합병 형식으로 학교 운영권을 포항선린병원에 넘긴 이후, 김총장의 행로는 순탄하지 못했다. 병원측이 다시 서울의 한 교회에 운영권을 넘기자, 송씨와 포항 시민단체들은 '이사진이 건학 이념을 변질시키고 있다'며 합병 무효를 선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김총장은 같은 교회 장로로 재단측 입장을 대변해 과녁이 되었다. 포항 시민들이 1982년 결성한 포항지역개발촉진위원회를 모태로 10여 년 만에 설립의 꿈을 이룬 '시민대학'을 기독교 전도 인력 양성소로 만들고 있다는 집중 포화를 맞게 된 것이다.


김총장은 실제로 교내 행사에서 편향적인 종교적 발언을 자주 해 비난을 자초했다. 1996년에는 노사 갈등으로 10개월에 걸친 장기 파업과 대학 사상 최초의 직장 폐쇄를 겪었고, 다음해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한동대 운영권 시비와 관련해 김총장은 지난 3월에도 3백만원 벌금형(명예훼손 혐의)을 받는 등 현재까지 30여 건의 고소 고발 사건에 얽혀 있다. 법정 구속된 이번 사건만 해도, 그가 받은 혐의는 업무상 횡령·무고·위증·사립학교법 위반 등 무려 아홉 항목에 달한다.


시민·사회·노동 단체를 망라한 한동대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측과 싸워 온 포항 지역사회는, 한동대 사태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며 김총장 구속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재단측은 '옥중 결재를 통해서라도 김총장 체제를 고수하겠다'고 밝혔고, 90% 이상이 기독교 신자인 학생들 역시 김총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한동대를 둘러싼 지역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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