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중 CBS 노조위원장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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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각오한 투쟁 265일 만에 승리


메이저 언론 사주가 줄줄이 검찰에 고발되는 와중에 '꼬마 언론' 사장은 화를 면했다. 권호경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기독교방송(CBS)의 파업이 2백65일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 방송 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끈 민경중 노조위원장(38)은 정치권에 이른바 '충성 메모'를 보내며 물의를 빚은 사장의 과오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 대신 CBS 독립을 위한 중요한 고지를 확보했다.




기록적인 파업 일수도 일수려니와, 무노동 무임금으로 9개월을 버티면서 이탈자가 거의 없었던 CBS 노조는 동종 업계에서도 '연구 대상'이었다. 이번 파업 막바지에 협상의 돌파구가 되었던 전체 조합원의 무기한 단식 선언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민위원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장기 파업에 따른 생활고로 조합원의 아내가 파출부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괴로웠다는 민위원장은, 'CBS맨'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CBS 보도국에 입사한 직후인 1987년, 대통령 선거 개표 때 터진 이른바 '구로구청 부정 투표함 개함 시비'를 언론사로서는 유일하게 현장 중계하면서 그는 기자로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슴 벅차게 느꼈다고 했다.


그로 하여금 '죽음을 각오한' 단식 투쟁까지 결심하게 만들었던 CBS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노조가 그간 요구해 온 정관 개정안을 사측이 전면 수용함으로써 사장 선임과 경영에 노조가 참여할 길이 열린 것이다. 노조측은 이것이 일부 교단과 '정치 목사'에 휘둘려 온 CBS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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