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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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 위법 판결에 '악법도 법' 실감


지난해 4·13 총선에서 낙천·낙선 운동을 이끌었던 총선시민연대 박원순 변호사(당시 상임 집행위원장)는 선거를 앞두고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5개월 만에 박변호사는 악법도 법임을 다시 한번 실감해야 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 합의 23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가 총선연대 지도부 4인(박원순·최 열·지은희·장 원)에게 선거법위반죄를 적용해 각각 벌금 5백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총선연대 지도부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선고되면 부당한 선거법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벌금을 내는 대신 실형을 살겠다고 이들은 공언했다(이에 앞서 선고 당일 장 원 전 총선연대 공동대변인이 개별적으로 항소를 포기하고 실형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뿐 아니라 이번에 선고된 벌금액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4·13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된 정치인이나 선거 관련 인사 가운데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은 12명이고, 이 중 5백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2명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정찰 가격' 8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고 의원 직을 유지했다. 결국 사법부는 부정을 저질러 당선된 정치인에게는 솜방망이 판결을 하고, 이런 정치인을 떨어뜨리려 한 시민운동가에게는 철퇴를 가한 셈이 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총선연대에 무죄를 선고하면 청소년의 준법 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변호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이 당선되도록 보고만 있는 것이 교육적이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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