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생활 10일 만에 지옥으로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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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신씨, 선거법 위반하고도 지킨 의원직 '선거 무효'로 잃어


민주당 장영신 전 의원(서울 구로 을)의 기구한 정치 외도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대법원에 의해 선거 자체가 원인 무효가 된 것이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 유지에 성공했던 것이 불과 열흘 전이다. 장영신 전 의원으로서는 삽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장씨의 인생 역정도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인 장영신. 그는 한때 여성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1970년 작고한 남편을 이어 애경유지의 경영을 맡은 뒤, 그는 일개 비누회사이던 애경을 매출액 1조원, 계열기업 12개를 거느린 재벌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전경련 부회장을 지냈다.


정치권이 그의 이런 상품성을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1999년 9월, 그는 여권의 신당 창당추진위 대표로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정치 입문 초입부터 그녀에게는 구설이 잇따랐다. 영입 당시 한나라당 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것이 여야 정쟁의 소재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미스 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와 결혼했던 아들이 이혼했고, 두 아들이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이 연이어 공개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은 그녀에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겼다. 첫 도전에서 의원 직을 따냈지만, '투표 당일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정작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결에 영향을 끼쳤던 '애경그룹 직원을 동원한 선거운동 혐의, 향응 제공, 불법 홍보물 배포' 같은 사안은 빠진 채였다.


그러나 검찰의 정면 공격을 벌금 80만원으로 선방했던 그녀도, 옆구리를 겨눈 비수는 보지 못했다. 지난 7월13일, 한나라당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선거 무효 소송을 대법원이 받아들임으로써 그녀는 의원 직을 상실했다.


선관위 유권 해석에 따르면 장씨는 재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경험을 해버린 그녀가 정치에 얼마나 미련을 가지고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의원직 상실 이후 그녀는 "여태까지 잘 살아온 인생을 망치는 것 같아 괴롭다. 당분간 쉬면서 냉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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