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인권위' 오명 씻을까
  • 정희상 기자 (hschung@e-sisa.co.kr)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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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인권위원장 내정자 "철저히 준비해 제대로 일하겠다"


앞으로는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잦아들 것인가. 오는 11월 정식 출범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구성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8월1일 초대 국가인권위원장에 김창국 변호사(60·사진)를 내정했다.




1985년 발생한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 고문 사건, 1991년 시국과 관련해 분신 자살한 김기설씨 유서 대필 사건 등 굵직한 인권 유린 사건의 변론을 맡아 유명해진 김변호사는, 김대중 정권 들어 대한변협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김변호사가 여러 방면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 초대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변호사의 어깨는 무척이나 무겁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무늬만 인권법'이라는 시민·인권 단체들의 비야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인권법 통과 후 '우리나라도 비로소 인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랑했지만, 국가 기밀과 관련된 재판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권위가 개입할 수 없도록 해 이 기구를 설치하자는 목적이 무엇이었느냐는 인권 단체의 볼멘 항변이 잇따랐다.


그래서인지 초대 인권위원장을 맡게 된 김변호사는 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 국회 지명 몫인 위원 4명이 선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이전에라도 인권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빈틈 없이 해두는 것이 내 임무라고 본다."


시민·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김변호사가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되자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검찰·경찰 등 국가 권력 기관들이 초반부터 '인권위 힘빼기'를 시도할 것이 뻔하지만 김변호사 정도의 인품과 무게라면 충분히 방패막이를 해내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김위원장에게 뼈 있는 충고를 던진다. 올바른 국가 인권법 제정을 위해 3년 동안 싸워 온 한 시민단체 간부는 "인권위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권력 기관의 방해를 극복할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채 관료화하고 만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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