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홍순영 통일부장관
  • 남문희 기자 (bulgot@e-sisa.co.kr)
  • 승인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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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정책은 중단되지 않는다/
'입김' 세진 중국과 '호흡' 맞추는 데 적격
'햇볕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홍순영(64·사진) 주중대사를 임동원 통일부장관 후임에 임명한 속뜻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홍장관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8월 외교통상부장관에 취임했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그때에도 임수석과 홍장관의 인연이 세간에서 화제가 되었다. 임수석이 1980년대에 나이지리아 대사를 맡고 있을 때 홍장관이 그 밑에서 공사 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대사와 공사 관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현정권 초기에 외교통상부장관과 외교안보수석이라는 형태로 재현되었다. 임장관이 햇볕정책을 총괄했다면 홍장관은 주변 4강 관계를 담당했다. 홍장관은 특히 외교통상부장관 시절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온천 외교'를 펼쳐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친교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러시아가 탈북자 7명을 북한에 송환한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장관 직에서 물러난 그의 다음 보직이 바로 주중대사. 장관을 역임한 인물을 한 나라의 대사로 발령한 것은 현정부의 햇볕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 조처로 평가되었다. 특히 지난해 6·15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했으리라는 얘기들이 나돈 뒤여서 그가 중국 대사로 취임한 것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중국 장쩌민 주석이 11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난 직후에 주중대사에서 통일부장관으로 옮겨앉게 된 것이다.


지난 3월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한걸음 더 성큼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때에 홍장관이 통일 정책 사령탑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20일께 주한 중국대사로 취임할 예정인 리빈(李濱) 평양 주재 중국 공사의 보따리를 주목하기도 한다. 김정일·장쩌민 회담의 내막을 알고 있는 그가 김위원장 답방에 대한 중국측 메시지를 들고 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남북한과 중국의 삼각점 위에 바로 홍장관의 역할이 놓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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