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전 경찰청장
  • 정희상 기자 (hschung@e-sisa.co.kr)
  • 승인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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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앞바다에 빠지는가
수지 김 사건 은폐 의혹…전북지사 꿈 '물거품' 위기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11월9일 퇴임한 이무영 전 경찰청장(사진)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신발끈을 매던 중 날벼락을 만났다. 죽은 수지 김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내년 봄에 있을 지방 선거에서 전라북도 도지사 자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라며 일찌감치 표밭을 일구던 이씨는, 졸지에 수지 김 피살 사건 은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 대상자로 전락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검 외사부는 '국가정보원 김승일 전 대공수사국장이 지난해 2월15일 경찰청장실에서 이무영 전 청장을 5∼6분 동안 만나 수지 김 사건이 대공 사건으로 왜곡 은폐된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사건 전개 과정을 모두 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무영씨는 직권 남용 및 범인 도피 혐의로 사법 처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군산 앞바다에 뛰어들 각오로 전북 도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그의 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씨는 이 사건에 대해 필사적인 방어전에 나섰다. 그는 모든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지난해 2월15일 김승일씨가 찾아와 협조할 사항이 있다고 해서 실무자들과 협의하라고 말하고 나갔을 뿐 수지 김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퇴임 후인 지난 11월15일 국정원 김승일씨가 찾아와 '수지 김 사건과 관련해 돌아가신 엄익준 전 국정원 차장이 전화해서 처리하신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폭로했다. 사건 은폐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이 부도덕하게 자신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다고 반격한 셈이다.


수지 김 피살 사건 은폐를 둘러싼 국정원과 이무영씨 사이의 이같은 막가파식 공방은 검찰 수사에 따라 진실이 가려지겠지만, 이무영씨는 어떤 식으로든 유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경찰이 국정원측에 수사 중단을 합의해준 것으로 판단되는 진술이 양측 실무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퇴임식장에서 '행복한 경찰 생활 30년'을 거론하며 눈물을 글썽였던 이씨가 경찰복을 벗은 후 닥친 재임 중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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