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사업 피해자’ 고 이윤성씨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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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누명’ 20년 만에 벗다
월북을 시도하려 했다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젊은이의 누명이 20년 만에 벗겨졌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뒤 강제 징집되었던 고 이윤성씨(당시 21세·성균관대 2년)는 1983년 5월4일 제대를 8일 남겨놓고 한 보안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군 헌병대는 당시 이씨가 불온 서적과 전단을 소지했고 월북을 기도한 혐의로 1983년 4월30일부터 보안부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다가 자책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는 지난 2월21일 이씨가 불온 전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월북을 시도해 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 보안사가 운동권 출신 사병에게 실시하는 특별 정훈교육(녹화사업)을 여러 차례 받다가 사망했다는 수사관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205 보안부대장 장 아무개씨와 조사관 유 아무개씨 등이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씨가 교육을 받던 보안부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사실도 보안사 장교 최 아무개씨가 목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년 전 2대 독자 이씨를 잃고 ‘빨갱이 가족’이라는 누명에 시달린 아버지 이경률씨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 박정선씨(74)는 울화병의 후유증인 정신 질환에 시달리다 최근 청력까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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