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장영희 기자 ()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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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권 들고 2월에 귀국하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춘〉을 통해 다시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공장 준공식 참석 일정을 끝으로 3년 3개월 동안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씨는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잠시 나가 있으면 대우 부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면해주고 후일(대우자동차 경영권)을 도모하게 해주겠다’는 이른바 ‘기획 외유설’을 제기해 정·관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즉각 사실 관계가 명백하게 틀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포춘>에 보도된 직후 김씨와 통화했다는 석진강 변호사도 “김대통령이 전화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라며 파문을 잠재우려 애썼다. 다만 석변호사는 김씨가 채권단의 출국 종용은 있었다고 말했다며, 여기서 채권단이란 단순한 빚쟁이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채권단이 김회장에게 외유를 권유했더라도 정부쪽 뜻이 적극 반영되지 않았겠느냐고 암시한 것이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한 전직 대우 인사는 “채권단뿐 아니라 경제 관료들도 김회장이 대우 처리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우 처리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경제 관료는 강봉균 재경부장관·이헌재 금감위원장·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었으며,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총재였다. 이위원장은 출국권유설을 전면 부인했다.


DJ 정부에서 김우중은 어떤 존재였을까. 한 대기업 관계자는“1999년 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구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우 처리를 위해서는 김회장을 치워야 하지만, 혹여 현정부와 ‘사연’이 많은 그가 극력 반발한다면 큰 탈이 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자동차 경영권은 일종의 당근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최규선 테이프에서 김대통령이 대우를 잘 봐주라고 했다거나 김씨가 1997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다른 재벌들처럼 1 대 9가 아닌 똑같은 비율로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풍문 등이 정부와 김씨와의 관계를 유추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김씨 측근 인사들은 지난해 5∼6월께 1985년부터 알고 지내던 루이스 카르라는 전직 <포춘> 기자와의 사적 대화가 인터뷰로 둔갑했다고 하지만, 이 인터뷰에 김씨의 속마음이 들어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 기사 전편에서 김씨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회계 분식은 했지만 당시 관행일 뿐인데 평생 사업으로 애국한 자기를 사기범으로 몰 수 있느냐고 분개했으며, 정부가 도와주었으면 대우가 공중 분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측근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씨는 몹시 귀국하고 싶어한다. 이승만처럼 죽어서 돌아갈까 봐 탄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과 대우 사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 주지 않는 한 귀국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근 아무 연고가 없는 노무현 정부보다는 김대중 정부에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월께 불쑥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귀국임박설도 나왔다.


김우중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 전직 대우 인사는 그가 현재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정권이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데다가 인터폴의 추격을 받고 있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체포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대한민국 여권은 지난해 12월 유효 기간이 끝났으며 그가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가 아닌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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