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아야 신나는 신세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12.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뻔한 것과 뻔하지 않은 것, 그 중간 어딘가에 대중 문화는 존재한다. 뻔한 이야기가 뻔하지 않게 흘러갈 때 대중은 긴장하고, 뻔하지 않을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뻔하게 흘러갈 때 대중은 안심한다.

뻔한 것과 뻔하지 않은 것의 미학의 백미는 바로 반전(反轉)이다. 뻔한 이야기가 뻔한 결론으로 흘러가는 듯하다가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야말로 대중 문화가 갖는 형식미의 진수이다. 이런 ‘반전의 미학’은 대중 문화가 성숙한 곳에서 주로 발달하는데, 한류를 일으키며 아시아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엽기’와 ‘패러디’에 이어 요즘 신세대들을 열광시키는 코드는 바로 반전이다. 신세대들은 뒤통수 맞기를 기꺼이 즐긴다. 이들은 상황을 급반전시키는 마지막 한 컷을 기대하며 <트라우마>나 <츄리닝>과 같은 만화를 읽는다.

극장가에도 반전 열풍은 거세다. 반전 영화 <식스 센스>와 <디 아더스>가 극장가를 평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나비 효과>가 개봉해 박스 오피스 수위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주홍글씨>나 <썸> 같은, 반전에 무게를 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인터넷도 반전 열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디시인사이드처럼 사이버 폐인이 몰려 있는 사이트에서는 ‘반전 리플’이 유행이다. ‘싱아형’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반전 리플을 잘 달아 인기를 끌기도 했다. SBS는 신세대들 사이에 반전 열풍이 확산되자 <반전 드라마>를 편성했다.

그러나 반전 열풍은 반전에 열광하는 세대를 벗어나면 미덕이 아니라 흠이 된다. 얼마 전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반전으로 결론을 냈다가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듣기도 했다. <반전 드라마> 역시 화려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