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양이 누구냐고 묻지를 마라
  • 문정우 편집장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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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가운데서는 사회팀 기자들이 연예계 소식에 밝은 편이다. 경찰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경찰서 신세를 진 연예인들의 내밀한 얘기를 얻어 듣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그 쪽 세계에 관심이 많거나 인맥까지 있는 경우에는 편집국에서 인기가 아주 좋다. 그런 기자는 재미있는 사건이 터지면 편집국 이 부서 저 부서로 초빙되어 ‘강의’하는 일도 있다.

친구들은 언론사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연예계의 스캔들 이면쯤은 모두 꿰고 있을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다가 몇 가지 물어보아도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영 무능한 기자 취급을 해버린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호기심이 많은 데다 친구들에게 구박받기도 싫어 연예계 소식도 열심히 수집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중에는 무슨 일만 나면 득달같이 전화해 물어보는 ‘단골’도 생겨나게 되었다.

 
인기 연예인들의 미확인 신상 정보를 담은 이른바 연예계 X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어 파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사진). 특히 언론계에서는 이 X파일을 만드는 데 스포츠 전문지와 방송 등에 근무하는 기자와 리포터 10여명이 참여했다고 해서 시끌시끌하다. 나 자신 별 생각 없이 재미 삼아 남의 얘기를 퍼뜨려온 몰지각한 기자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간 마음이 찔리는 게 아니다.

때맞추어 최근 한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은 기자들이 그같은 문건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실을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해당 조합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참에 정보를 다루는 기자들의 윤리 규범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어떨까. 지금 증권가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 ‘찌라시’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데 많은 기자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열풍이 몰아칠 때부터 내부 정보를 이용해 치부하는 기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어떤 언론사도 이 문제를 정색을 하고 조사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일간지에서는 매일 기자들이 기사와는 별도로 일일 정보 보고라는 것을 하는데, 그것들이 통째로 재벌 기업에 넘어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노련의 문제 의식이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아, 너희들도 이제 제발 묻지 좀 마라. B양이 도대체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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