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서 온 편지
  •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
  • 승인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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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청송의 보호감호소 재소자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검열 확인이 되어 있는 편지 세 쪽의 내용은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 요지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쳤는데도 또다시 보호감호소에 수용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호 감호가 왜 징역형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물었다.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한 ‘보호 감호’라는 제도는 사회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다. 사회보호법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동종 또는 유사한 죄로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자이거나 일정한 범죄의 상습성이 인정되는 자를 격리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보호 감호라고 한다. 보호 감호 처분을 받게 되면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다시 보호감호소로 옮겨져 최장 7년까지 계속 구금된다.

쉽게 말하면 단돈 몇 백원어치 물건을 훔쳐서 절도범이 되더라도 상습범이면 보호 감호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두 번 절도범으로 구속되어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사람은 다음부터는 형기 이외에 추가로 7년의 보호 감호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보호 감호 대상자는 흉악 범죄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 절도 전과자이다. 예를 들어 2001년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피감호자의 76%가 절도범이다. 나머지는 폭력·사기 범죄자이고 일반인이 생각하듯이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자는 피감호자의 극히 일부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청송 교도소와 보호감호소를 견학한 적이 있다. 이곳에는 교도소 2개와 보호감호소 2개가 모여 있는 우리 나라 최대의 수형시설 단지가 있다. 수용 인원이 수 천명이 넘는 곳이니까 아마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같은 단지 안에 수용되어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두메인 이곳은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천혜의 유배지이다. 이곳의 보호감호소는 그 시설의 엄중함에서 우리 나라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다. 피감호자들은 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일거수 일투족이 24시간 감시될 뿐만 아니라 교도소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이것을 ‘특수한 교육·개선’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행형의 사각지대와 같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범죄자 중에는 사회로부터 격리해 치료해야 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나 마약이나 알코올 등 약물 중독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일정한 시설에 격리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본인들도 보호하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들을 격리 수용해 치료하고 있다. 사회보호법 역시 치료감호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공주에 치료감호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현행 보호감호제도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시행 요건을 규정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대상 범죄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상습범 가중을 하면서도 또다시 기계적으로 내리는 보호 감호 처분, 그리고 무엇보다도 범죄자 교화와 개선이라는 현대 행형의 목표와는 거리가 먼 시설과 피감호자 관리 방법의 문제는 더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보호법은 1980년 군사 정권 시절 제정된 법이다. 청송 교도소나 보호감호소 역시 당시 삼청교육대가 있던 곳에 지은 시설들이다. 일부에서는 보호 감호가 형벌과 다르다고 하지만 현실은 형벌보다 가혹하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지만 기본권까지 박탈하는 행형은 이들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범죄는 사회에도 그 책임이 일부 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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