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스콧 니어링 자서전><노자와 성>
  • 朴晟濬 기자 ()
  • 승인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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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맞서 싸운 위대한 ‘투쟁 기록’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조화로운 삶>(보리) 등을 통해 국내에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콧 니어링(1883~1983년) 자서전이 새로 나왔다. 말년의 스콧 니어링이 '혼자'가 아닌 '전체의 일부'로서 느끼고, 사고 하고, 행동한 이야기를 회고한 이 책의 한국어판 이름은 <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다.

이 책에서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삶을 '반세기가 넘는 인생 대학에서의 수업과정'에 비유했다. 즉 자신의 생애는, 인생의 기초를 배운 34년 간의 예비과정 끝에 겨우 본교육이 시작되어 자서전을 쓸 무렵에서야 겨우 마지막 학기에 이른 기나긴 학습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열정적인 사회 개혁가로, 전쟁의 광기를 비판한 반전주의자로 살아온 스콧 니어링의 그의 아내 헬렌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 뒤 철저하게 자급자족 원칙을 지키며 살게 된 원인과 배경·과정을 생각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스콧 니어링이 평생 동안 지켰던 신념의 내용이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는 인생을 즐기거나 다른 사람의 노동에 의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몸으로 힘 닿는 데까지 일하기 위해서였다'라고 그는 밝혔다.

이 책은 참 자유를 향해 인생을 불태운 한 자연주의자의 위대한 삶의 기록이다.〈도덕경〉 ‘뒤집어 보니 性 이야기’

‘도를 도라고 부를 수 있으면 떳떳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 ‘이름이 이름지어질 수 있으면 떳떳한 이름이 아니다’(名可名, 非常名)로 시작하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이 180° 다른 각도로 그 면모를 드러냈다.

중국인 신화 학자 소병(蕭兵·본명 소의견)이 ‘성 신화’의 관점에서 노자 철학의 비의(秘義)를 더듬은 책이 우리 말로 옮겨진 것이다.

소병의 노자 해석은 도전적이다. “노자는 도(道)를 어머니에 비유하기를 좋아했는데, 이는 중국 상고 사회에서 ‘남녀 발생’의 기틀인 ‘번식 숭배’와 호응한다.”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 되는 것을 도라 한다’는 (노자의) 언설에는 거칠고 투박한 성 관념이 스며들어 있다.”

소병은 심지어 〈도덕경〉 전체를, 중국 상고 시대의 ‘성기 숭배’ 사상을 반영한 구체적인 물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도덕경〉에 등장하는 ‘현빈지문’이나 ‘중묘지문’ 따위 구절을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한 말로 풀이하는 것이다. 소병은 중국을 지배해온 유교 사상이 노자 철학의 한 중요한 측면을 외면케 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바로 이같은 비판에 대한 소병 자신의 해답. 따라서 이 책에서는 〈도덕경〉 말고도, 중국 전래 음양 사상의 성 신앙적 의미, 양생술·방생술과 성 풍속과의 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신화 연구를 둘러싼 동서양 학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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