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易트랜스>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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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다해 복원한 안중근의 투쟁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며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다 간 위인들의 기록은 때때로 예술성 짙은 어느 문학 작품보다 더 가슴을 치게 하는 감동을 준다.

일제 시대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의 이름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에 관한 기록도 그중 하나다. 특히 거사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 일제가 기록한 신문 조서와 공판 문서는, 안의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인 기록인데도 여지껏 우리말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들 기록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 나와 새삼스레 울림을 주고 있다. 출판 일을 하는 틈틈이 수십 년간 안의사 관련 행장을 뒤적여온 열화당 이기웅 사장이 관련 기록을 한데 모으고, 이를 다시 쉬운 우리말로 옮겨 다듬어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펴낸 것이다.

출신 배경과 성장 과정, 하얼빈 거사의 전말, 법정에서의 태도 등 안중근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장대한 역사 드라마이다. 특히 안의사가 문답을 통해 일제 검찰관이나 재판장을 향해 이토를 저격한 정당함을 당당하고 의연하게 진술하는 장면은 근세 동양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힘든 압권이다.

엮은이는 서문에서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고마운 스승에 대한 보답으로’ 그리고 ‘줏대 없이 떠도는 젊은이들에게 참다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이 책을 엮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동 서 관통하는 영상문화 저널

 
다루는 대상이 아니라, 치켜든 깃발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잡지가 창간되었다. 연간 영상문화 저널 <易트랜스>(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김소영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영화학)가 편집장을 맡은 이 잡지는, 영화 회화 건축 등 시각 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목말라했던 이들에게 너른 마당이 될 만하다. 트랜스(trans)는 ‘가로질러’ ‘통하여’ 혹은 ‘뛰어넘어서’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한자 역(易)과도 의미가 상통해 아예 제호가 ‘易트랜스’다.

김소영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다양한 영역을 대상으로 삼을 뿐 아니라 로컬·글로벌 문화가 유통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며 비교 연구를 지향한다. 편집위원인 김현미 교수 (이화여대·여성학)는 ‘시간 공간 국경 언어 관습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자본의 위압적 보편주의와 지역민이 만나는 지점이,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역(易)의 공간이다’라고 말한다.

창간호에 실린 글은 그대로 <易트랜스>의 깃발이 된다. 최종현 교수(한양대·건축학)는 주자의 <무이구곡도>가 중국의 변방인 조선에서 어떤 변형을 겪었으며, 그것의 정치경제학적 함의는 무엇인가를 분석했다. 사회학에서 출발한 주은우는 근대에 이르러 시각이 어떻게 권력을 드러내는가를 성찰했다. 시인 이 상의 수필 <산촌여정>을 통해 그가 영화와 만나는 순간 새로운 식민지적 주체로 변모하고 있음을 분석한 월터 K. 류의 논문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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