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전쟁과 사회><북한 향토학자가…>
  • 朴晟濬 기자 ()
  • 승인 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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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에 대한 새로운 설명법이 학계에 제출되었다. 소장 사회학자인 김동춘 교수(성공회대)가 최근 펴낸 책 〈전쟁과 사회〉를 통해 한국전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접근법’을 내놓았다.

이 책은 기존 한국전 연구에서 되풀이되어 온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전쟁의 기원 문제)와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전쟁 발발 문제)라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이들 질문은 종국적으로 전쟁의 책임 논란으로 귀결되어, 전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대신 이 책은 남북한 민중이 겪은 전쟁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며 줄곧 잊혔던 질문을 던진다. ‘전선의 후면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전쟁 과정에서 북한의 인민과 남한의 국민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등등.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지은이는 한국전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내놓는다. 지은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전은 기존 인식과는 다른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한국전이 남북한 모두에게 국가 파괴 과정이 아니라 국가 형성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이 ‘국가’의 이름으로 행한 ‘사적 폭력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결론 격으로 한국전을 ‘국가’ 관점이 아니라 ‘민중’, 더 나아가 ‘인권’ 관점에서 파악하라고 제안한다. 그래야 분단 문제에 대해서도 바른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북한 책’이 나왔다. 해적판이나, 심심치 않게 나돌던 무단 복제 출판물이 결코 아니다. 표지 제목 아래에는 북한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은이의 이름이 박혀 있고, 표지 아래 부분에는 책을 찍어낸 남한 출판사 이름이 당당하게 밝혀져 있다. 〈북한 향토 사학자가 쓴 개성 이야기〉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내용에 앞서 우선 출판 경위에 눈길이 쏠린다. 출판사는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지난 2년간 공을 들였다. 국가정보원과 법무부·통일부의 사전 검토도 받았다. 출판사는 이 책을 ‘분단 이후 최초로 정식 계약해 합법적으로 발간한 북한 책’임을 강조한다.

1950년대 초반 북한 송도대학에서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개성의 역사와 풍속, 어제와 오늘을 들려준다. 개중에는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부인 이희호씨와 환담하면서 던졌던 ‘우리는 개성 사람을 깍쟁이라고 부른다’는 말의 정확한 배경을 설명한 대목도 들어 있다.

출판 과정에서 이 책의 일부 내용은 삭제·수정되었다. 하지만 표기법만큼은 원작을 존중하는 뜻에서 그대로 살려두어 ‘리조 시대’ ‘략탈’ ‘개성 녀인들’ ‘깐지게’(깔끔하게) 등 북한 말투를 실감 나게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비교적 많은 분량을 할애해 최근의 개성 소식도 들려준다. 고향을 등지고 온 실향민들에게는 모처럼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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