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패권주의 물씬 나는 <인디펜던스 데이>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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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패권주의 물씬…완성도는 2류 수준
 
<쥐라기 공원〉을 비롯해 기존 영화들이 세웠던 흥행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는 할리우드 초흥행작 〈인디펜던스 데이〉. 그 혁혁한 실적은 매스컴을 타고 전세계로 알려졌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월16일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는, 개봉을 앞둔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영화인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시사회가 끝나자 영화인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우선 이 영화는 종전 어떤 오락물보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성격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재형 교수(동국대·연극영화과)는 “이 영화의 정치성은 지금까지 본 할리우드 영화 중에 가장 심한 것 같다. 할리우드 오락물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판적 지식인들말고는 그런 정치성을 의식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지구를 위기로부터 구할 능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뿐임을 시종 선전한다. 외계인 반격 작전에 세계 각국이 동원되지만, 이들은 미국의 지시에 따르는 들러리일 뿐이다. 특히 이 영화 클라이맥스에서는 부통령마저 죽고 없는 상황임에도 지휘 체계를 포기한 듯 미국 대통령이 외계인 우주선단를 격파하기 위해 몸소 전투기 조종사로 나서며 연설하는 대목이 있다. 그는 ‘이제 7월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며 목청을 돋운다.

나치가 보인 군국주의와 흡사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미국인들이 자국이 지구의 영도자라는 사실에 그토록 열광하는 모습은 나치나 파시즘에서 보았던 군국주의적 양상과 별로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마케팅 전략을 경계하면서, 의식 있는 미국 지식인들이라면 이같은 자국 영화의 문제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씨의 지적은 미국 현지 사정을 보면 아직 요원할 뿐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특별 시사를 요청할 정도로 이 영화에 애정을 보였다. 7월8일자 〈타임〉도 이 영화의 노골적인 정치성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일자 〈뉴스위크〉에서 영화 전문 기자인 데이비드 앤슨이 ‘50년대 2류 SF영화의 아류작’이라든가 ‘옛날 같으면 동시 상영관에서 곁다리로 보여줬을 영화’라는 식으로 그 예술적 완성도만 혹평했을 따름이다.

영화 전문지 〈키노〉의 정성일 편집장은 조금 다르게 판단했다. 그는 이 영화를 본 뒤 “무척 재미 없는 컴퓨터 게임을 한판 끝낸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 영화는 이미 제목부터 진한 정치성을 예고하므로, 사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영화의 산업적 측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영화 기술 전문지인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라프〉 보도를 인용하면서, 3년 전만 해도 이 영화 정도의 SFX(특수 효과)를 내려면 제작비가 3배는 더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 등 갈수록 진보하는 제작 기술로 투자액은 낮추고 매출액은 배가시키는 할리우드 영화의 산업성이 더욱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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